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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적금 깨고 대출 늘리고, 서민가계 비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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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과 적금,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휴·실직, 휴·폐업이 늘고 이 때문에 살길이 막막해진 사람들이 살기 위해 ‘생계형 해약’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모아둔 돈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제2금융권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약계층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향신문이 7일 시중은행 6곳에서 지난 2월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취급한 예·적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도해지 사례는 113만건이 넘고, 규모는 12조여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해지건수는 24%, 규모는 33% 증가했다. 가계 최후의 보루인 보험 해약도 증가세다. 8개 보험사의 지난 2월 중도해약 환급금은 2조33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 늘었다. 반면 새마을금고가 최근 20여일간 소상공인에게 집행한 대출은 155억원에 달했다. 직전 40여일간 대출규모는 103억원이었다. 폭발적 증가세다. 급전이 다급한 소상공인들이 고금리를 감수하면서 제2금융권을 찾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생산·투자·소비는 전월 대비 마이너스 3.5~6.0%였다. 가계가 쓸 돈이 줄면서 소비·생산은 9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그 결과가 소득 감소일 것이다. 적금·보험까지 깨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가계의 사정이 급박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한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위기로 생계가 곤란해진 저소득층을 돕는 긴급복지지원제도 지원 대상도 대폭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급감한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까지 넓힌 것이다.

문제는 속도와 대상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빨라야 5월 초다. 서민가계의 고통을 생각하면 ‘선 지급, 후 정산’ 방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긴급복지지원 역시 대상을 더 늘려야 한다. 대출병목 해소 등 금융지원의 속도도 더 빨라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날 심의·의결한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50조원에 육박했다. 나빠진 경제상황에 재정확대로 대응, 국공채 등 확정부채가 51조여원 늘어난 탓이다. 정부는 재정 확충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재정의 여력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온 이유는 위기 때 쓰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금이 그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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