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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경제와 세상]재난지원금, 기본소득 그리고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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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추경에 이어 정부가 사상 처음 마련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말 정부는 재난 피해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소득 하위 70%인 1400만가구에 가구별로 최대 100만원씩 총 9조1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원 대상은 매출이나 소득 감소 등 직접적인 ‘피해액’은 따지지도 않고 세금처럼 ‘소득’으로 갈랐다. 그러다보니 다 같이 어려운데 왜 일부만 제외하냐는 주장에도 흔들렸다. 무엇보다 지급 기준인 ‘3월 건보료’가 벌써 2년이나 지난 소득자료라 직접 피해자인 소상공인이나 양육부담이 가중된 맞벌이부부조차 못 받는 맹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경향신문

재난을 입은 국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구호와 지원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이름에 걸맞은 ‘긴급’과 ‘재난 피해’가 빠진 ‘포괄지급’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국민 정서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 방역에서도 애초 ‘선별능력’이 없으면 실패하듯 경제 살리기도 공정한 선별이 단기간에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효과는 물론 국민적 동의나 시의적절한 대응도 물 건너간다.

외국도 전 국민에게 지급한 홍콩을 제외하곤 미국 등 대다수 국가가 지원 대상을 고소득층을 제외하거나 피해 국민에게 집중해 선별했다. 하지만 물리적 피해에 핀셋 지원했던 과거 재난과 비교할 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온 국민이 함께 당하는 생활재해라는 국민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전체 가구의 70%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지자체들이 앞다퉈 지급하기로 한 ‘재난기본소득’과 별반 다름이 없게 되었다. 만약 취약계층과 실업 사태에 대한 추가 지원이 가능하고 지원금이 한시적 지역화폐 방식을 통해 총소비를 늘릴 수 있다면 이참에 전 가구나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문제는 재정건전성 논란이다. 국내총생산(GDP)의 40% 내 국가채무비율 유지를 도그마로 삼는 재정당국은 이번 지원 대상을 정할 때도 ‘소수의견’을 달았다고 한다. 재정건전성 유지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40%는 유럽연합(EU)이 ‘마스트리히트조약’으로 회원국에 권고한 기준인 60%를 기초로 연금 고갈과 통일비용을 대비해 10%씩 감산해 셀프산정했다.

비교하기 힘든 미국(107%), 일본(222%)을 거론하지 않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112%이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도 85%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EU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각국의 대규모 재정적자를 용인했다. 우리는 올해 40%를 넘겨 2023년 46%, 2040년엔 65%까지 전망한다. 코로나19 추경과 재난지원금 등 추가 재정을 반영해도 재정건전성에 전혀 무리가 되는 수준이 아니다.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넘겨준다고 한다.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 ‘코로나국채’를 발행해 미증유의 전염병으로 감염된 경제를 살린다면 오히려 세금과 GDP를 늘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재정당국이 재정건전성을 걱정한다면 OECD나 IMF의 권고처럼 자산과세를 중심으로 한 조세·재정개혁에 나설 일이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제의 심폐소생술보다 급한 것은 없다. 국가채무비율 등 적정한 재정건전성 확보는 더 이상 재정당국의 도그마가 아니라 재원조달과 경제 살리기 등을 감안해 국민 합의로 도출해야 맞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도시를 봉쇄하고 가게와 공장을 셧다운했지만 한국은 전수조사와 투명한 공개, 공공의료시스템으로 생명방역에 성공하고 경제부문의 충격까지 최소화했다. 이제 시작된 경제방역에서도 신속하고 공개적이며 국민 참여와 함께하는 경제 회복 ‘한국 모델’을 구축하고 성공시켜야 한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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