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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이한우의 간신열전] [26] 간신의 특기, 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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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참소(讒訴)란 말은 요즘은 잘 안 쓰지만 옛날에는 간신들의 행태를 가리킬 때 흔히 썼다. 오늘날 용어로 치자면 음해(陰害)나 중상모략에 가깝다.

역사 속 간신들이 양신(良臣)을 참소할 때는 전형적 단계가 있다. 가장 먼저 임금의 뜻을 알아내는 것이다. 사(伺), 첨(覘), 규(窺) 등은 모두 부정적 의미에서 윗사람의 뜻을 살핀다는 말이다. 그만큼 간신들은 어떻게든 주군의 속내를 알아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다 보니 '살핀다'는 뜻의 단어 또한 많아졌다. 그런데 주군이 본인 뜻을 노골적으로 밝히면 간신들은 훨씬 쉽게 행동 방향을 정한다. 얼마 전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 거기에 해당한다. 간신 짓을 도모하는 자들에게는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둘째는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즘 이 분야에서 발군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다. "검찰총장을 검찰청장으로 바꿔야 한다" "윤석열은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다"라는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라디오에 나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검찰총장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비리들이 확인됐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주장까지 했다. 그는 바로 조국 전 장관 아들의 가짜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준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다. 이처럼 흔들어대는 개 꼬리의 방향은 오직 한 곳, 자신의 주군이 있는 쪽이다.

셋째는 음으로, 사적으로 교결을 맺는 것이다. 간신들이 쥐새끼로 비유되는 것도 이런 음지성 연결 때문이다. 몰래 뒷방에 숨어 음으로 맺은 인사들끼리 대중을 현혹할 방법을 강구한다. 때로는 이들의 설(說)이 버젓이 TV에까지 등장한다.

끝으로 이들의 목표는 진위(眞僞), 시비(是非)를 뒤집어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당장 이들이 노리는 목표는 의회 입성이겠지만, 의회 입성에 성공한 이후에는 다시 설(說)을 만들어 끊임없이 참소를 일삼을 것이다. 그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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