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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코로나 대응 보건의료체계 일부 허점…사회적 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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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의날 보건의료노조 집회 “고강도 노동” 호소

공공의료 재구축·의료진 보호·상병수당 도입 요구도

경향신문

“코로나 극복” 세계보건의날인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코로나19 대응의 단기적 성과에 만족할 때가 아니라 장기전에 대비해 감염병 대응 시스템과 의료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히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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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간호사인 김영환씨(33)는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학교 대구 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난 3월11일부터 26일까지 일했다. 자원해 찾아간 병원의 현실은 막막했다. 장비와 인력이 모두 부족한데 돌봐야 할 환자는 많았다. 움직임을 제약하는 방호복을 입고도 한 사람당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환자를 간호했다. 청소, 배식, 식사 보조도 간호사들이 맡았다.

“감염 위험도 크고, 보호구 수량도 많지 않잖아요. 청소나 식사 일을 해주시는 분들까지 평시처럼 들어가기는 어려웠어요. 업무가 과중했죠.” 신규 간호사들도 중환자실에 배치해 작은 업무라도 맡아야 했다. 장비가 일부 작동하지 않아 환자가 위험한 상황도 발생했다.

간호사들은 감염 위험에도 노출됐다. 동산병원에는 출입 전 소독과 보호구의 착·탈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이른바 ‘전실’이 마련돼있지 않았다. “감염시설이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라면 전실에서 한 번에 의료진 두 명 정도가 오염 보호구를 탈의해요. 하지만 동산병원에선 병원 밖에 컨테이너를 두고 거기서 보호구를 벗었어요. 한번에 5~6명씩 들어갔는데, 저마다 벗는 속도가 다르면 보호구를 먼저 벗는 사람은 위험하잖아요. 감염될까봐 불안했죠. 환자도 위험해지거든요.”

7일 세계보건의날을 맞아 보건의료 분야 노동자들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보건의료체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확산세가 줄어드는 등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이 이뤄지고 있지만 확진자가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격리 중 사망하는 등 부실한 감염관리 체계가 드러나기도 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대응체계를 전면 재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공의료체계의 확충을 주문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공공병상이 부족했고, 일반환자와 중환자, 코로나19 환자를 구분해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공공의료 시스템이 부재했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감염병 전문병원이 없었고 시설, 인력, 장비를 갖춘 공공병원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2차 확산, 또 다른 신종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상 비중을 30%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는 ‘아파도 쉴 수 없는’ 노동환경이 감염병 차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걸 뼈아프게 드러낸 사례”라면서 “질병·부상으로 치료받는 노동자의 소득 손실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이 도입돼야 노동자들이 아파도 일하지 않는다”고 했다.

감염병 확산의 최전선에 선 의료진의 보호도 요구했다. 이들은 “의료인들은 인력 부족과 보호장구 수급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 환자 정보 공유가 부족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며 “의료진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 유급 감정노동 휴가 부여를 통해 집단감염을 방지하고 의료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국가방역체계와 의료 안전망 구축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노조, 정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 사회적 대화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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