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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1년 미만도 퇴직금” “최저이익 보장제” 포퓰리즘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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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당 경제 공약들 ‘부실덩어리’

민주당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대기업 규제, 친노동 공약 많아

통합당은 정부정책 반대에 집중

“경제위기 돌파할 정책 안 보여”

중앙일보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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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일색이거나, 재탕삼탕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정치권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 내놓은 경제 공약은 부실 덩어리다. 여야 가릴 것도 없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규제와 친(親) 노동 일변도 공약을 앞세웠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새로운 혁신보다 ‘일단 반대’가 두드러진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마다 내세운 경제 공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잔뜩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에 함량 미달인 경우가 많다”며 “‘경제를 살리자’는 공통분모보다 지지층 입맛에 맞춘 포퓰리즘 공약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공정·상생과 친노동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선명성을 강화한 공약을 앞세웠다. 대기업을 규제하는 내용이 곳곳에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1호 공약으로 공동 발표한 복합쇼핑몰(스타필드·롯데몰 등) 출점·영업시간 규제 공약이다. 우원식 민주당 서울 노원을 후보는 지난 5일 국회에서 해당 공약을 발표하며 “도시계획 단계부터 복합쇼핑몰 입지를 제한하고 대형마트처럼 의무 휴일을 두겠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지역 상권에 따라 임대료 상한제 범위 안에서 임대료를 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배달의 민족’ 수수료를 규제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도 공약에 담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풀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가 반대하는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 집중투표제(이사 선임 시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제도) 의무화, 재벌 경제범죄 처벌 강화도 추진한다.

노동 분야에선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상시·지속 업무 근로자 정규직 고용 ▶정리해고 요건 강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추진 같은 공약을 내놨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조차 피해를 우려하는 내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부담을 주는 규제가 많다”며 “과감한 규제 완화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경제 실정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나선 미래통합당은 각종 기업 지원책을 공약에 담았지만 익숙한 내용이 많다. 법인세·상속세 인하가 대표적이다. 법인세는 현행 4단계 누진 구조를 2단계로 줄여 과표구간별 세율을 2~5%포인트 내리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소득주도성장(소주성) 폐기, 탈(脫)원전 폐기,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공약에 담았다. 국민의당도 ‘소주성’ 폐기를 앞세워 현 정부 임기 말까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등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야당은 전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혁신 생태계를 키우거나 신종 코로나로 피해를 본 기업을 돕는 정책을 내기보다 현 정부 대책의 반대에 집중했다. 김상봉 교수는 “야당은 20대 국회 내내 총선 공약과 비슷한 대책을 추진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며 “초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주력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정책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한술 더 떠 대형 유통업체 입점 시 기존 등록제에서 지방자치단체 허가제로 바꾸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도시 관리계획을 입안할 때부터 지역 소상공인의 의견을 듣겠다는 건데 사실상 입점을 불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맹점 ‘갑을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최저이익 보장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가맹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조차 반대 의견을 낸 제도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명성을 두드러지게 하려고 ‘상생’을 앞세웠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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