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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기자24시] 코로나100일, 세계가 놓친 결정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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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7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의사 리원량이 SNS를 통해 처음으로 신종 바이러스 발병을 경고한 이후 전 세계 확진자가 135만명, 사망자는 7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저명한 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뀔 세계의 모습을 얘기한다. 구조조정의 쓰나미 속에서 재택근무 보편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논의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과연 세계 정부와 시민들의 초반 사태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평가다.

봉착한 위협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설명하는 게 '죄수의 딜레마'다. 자백·묵비권이라는 두 개의 옵션에서 죄수들은 묵비권을 행사할 때 가장 낮은 형량을 받지만 대부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백을 선택해 최적의 결과물을 걷어차게 된다.

지난 100일의 대응에서 세계 국가들은 손해와 이익의 총합을 '제로(0)'보다 키우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그럴 것이 포지티브섬 게임을 이끌 협력과 소통의 플랫폼인 세계보건기구(WHO)는 객관성을 잃고 중국 눈치를 보며 느슨하게 대응했다. 미국의 패착도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재선 가도에 미칠 손익 계산에 분주했다. 글로벌 공조를 모색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최근에서야 닻을 올렸다.

바이러스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촉진시키는 민간 협력자들에게도 허들로 작용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국에 무상으로 진단키트를 제공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시민들은 진단키트 공급량만큼 늘어나게 될 확진자 수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세계는 이미 자국 우선주의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증환자 상태였다. 이들이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포지티브섬을 추구할 때 비로소 팬데믹을 막을 진짜 백신을 만들 수 있다.

[국제부 = 이재철 기자 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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