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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소득 불참 남양주 "나도 주고 싶지만 재정 감당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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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만 빼고 경기도 30개 시군 모두 재난기본소득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 구제 명분으로 경기도가 추진하는 '재난기본소득' 보편 지급에 참여하지 않던 구리시가 7일 "모든 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경기도 31개 시·군 중 남양주시를 제외한 30개 시·군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도민들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소득 하위 70%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에 경기도(1인당 10만원), 시·군이 자체 마련한 재난기본소득(1인당 5만~40만원)도 받게 된다. 피해 여부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재난소득을 주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원책에 당초 난색을 표시했던 기초단체들도 "왜 우리는 안 주냐"는 주민들의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 재정 건전성을 무시한 선심성 현금 살포가 밀물처럼 지방자치단체를 휩쓸면서 포퓰리즘의 둑을 터뜨린 형국이다.

안승남(더불어민주당) 구리시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20만 시민에게 9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리시가 뒤늦게 5만원, 10만원도 아닌 9만원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다. 애초 구리시는 "현재 재정 여건으로는 기본소득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구리시의 올해 예산은 4921억원, 재정자립도는 31.1%에 불과하다. 그러나 구리 시민들이 잇따라 "왜 구리시만 안 주느냐"고 반발하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안 시장은 "9만원은 구리시가 당장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적 최대치"라며 "모을 수 있는 것은 다 긁어모았다"고 호소했다.

실제 구리시는 필요 예산 180억원을 모으기 위해 올해 사업 1500건을 모두 뒤졌다. 기존 집행 내역을 샅샅이 훑어 '2만1000원'까지 찾아냈다. 해외 출장비, 연수비, 보조금 등을 우선 칼질했다. 유채꽃 축제는 물론 가을 코스모스 축제도 취소했다. 자원행정과는 관용차 구입비에서 남은 2만1000원, 보건소는 인테리어 공사에서 남은 5만1000원을 보탰다.

조선일보

조광한 남양주 시장/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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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군 중 유일하게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동참하지 않은 남양주시의 조광한(더불어민주당) 시장은 이날 "(대상을 가리지 않은) 보편 지급은 어렵다"고 재확인했다. 조 시장은 "과연 시민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 무엇인지 보름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면서 "경기도식 재난기본소득은 재정 여건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 시장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은 기껏해야 150억원인데 그 돈이면 1인당 2만원밖에 돌아가지 않는다"며 "돈만 있으면 100만원이라도 주고 싶지만 남양주의 발전을 이끄는 더 절박한 사업을 포기·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군이 재난기본소득 보편 지급을 결정한 과정은 포퓰리즘 확산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24일 '전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 지급'을 발표했다. 여주시가 제일 먼저 다음 날 별도의 재난기본소득 10만원 지급 방침을 밝히며 뒤따랐다. 그러자 이웃한 이천시는 돈을 더 올려 15만원씩 주겠다고 발표했다. 포천시는 타 시·군이 따라오기 어려운 40만원 지급 계획을 밝혔다. 가용 재원이 부족하거나 이미 선별 지원에 재정을 투입한 시·군은 5만원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이 과정에서 '보편 지급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던 장덕천 부천시장은 난타를 당하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재명 지사가 "반대하는 곳은 재난기본소득 지급에서 제외하겠다"고 한 뒤 시민들의 십자포화를 맞고 백기를 든 것이다.

이후 나머지 시·군은 일사천리였다. "이웃 도시는 지급하는데 우리는 뭐 하나" "다른 곳은 40만원까지 준다는데" 등의 의견이 빗발쳤다. 결국 재원 마련이나 정책 효과를 두고 난색을 보이던 지자체도 포퓰리즘 파도에 휩쓸렸다. 한 시장은 "주민들의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앞세운 비난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수원=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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