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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朝鮮칼럼 The Column] 이런 국회의원을 뽑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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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에게 못할 짓 너무 많이 해 온 국회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 한 명이라도 더 뽑고 공짜가 없다는 걸 아는 미래지향적인 사람 뽑자

조선일보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잊어버린다. 지금은 온 국민이 코로나 역병 진압에 몰두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코로나를 극복해도 다시 그 암담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나빠져 있을 것이 확실하다. 다음 국회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국민의 생계 수단을 회복해 주는 일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든 권력이 국회에 집중되어 있다. 전체를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행정부가 대통령을 내세워서라도 국회를 설득해서 할 일을 해내던 시대는 노무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민의의 탈을 쓴 기득권의 덫에 사로잡혀 국가적으로 불가피한 변화와 개혁을 하나도 이루지 못하는 국회를 또 만든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희망이 없다.

먼저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뽑도록 하자. 언제부턴가 우리 국회는 다음 세대에게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개개인을 보면 자식들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불사하는 사람들이 국회에만 들어가면 부담을 다음 세대에게 퍼 넘기는 일을 예사로 하고(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국가 부채), 기득권자의 표에 연연해 젊은이들에게 불리한 일을 대책 없이 저지르고(예: 보완책 없이 시행한 정년 연장),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에게는 유리하고 아직 취직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는 불리한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예: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젊은이들은 경험, 경륜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장수들은 늘 지나간 전쟁과 싸운다"는 말처럼 대승을 거둔 장수일수록 무용담으로 허송세월하는 경향이 있다. 그 과거 지향성이 경륜을 상쇄할 공산이 크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데에는 과거 성공의 덫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더 나을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를 좀 아는 사람을 뽑았으면 좋겠다.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하나만 알면 충분하다. 땀 흘려 일해서 돈을 벌고 나라에 세금을 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된다. ('정치'밖에 안 해본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적이 있는 사람이면 더 좋을 것이다.

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경제가 망가지면 그 어떤 목표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잘 모른다. 더 안전한 세상, 더 좋은 환경, 더 강력한 국방력, 심지어는 평화통일까지도 경제력의 뒷받침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두 소중한 가치들이지만 너무 성급한 마음에 수순을 틀리거나 속도를 너무 내 경제를 망가뜨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정부가 무소불능일 것 같지만 4인 가족에게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단 한 번 주는 것도 힘겹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월 180만원 정도의 최저임금이라도 매달 벌 수 있게 해 주는 기업과 경제의 소중함을 정말 아는 사람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 (입으로는 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지고 변화와 개혁을 추구할 사람을 뽑자. 때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안 되는 것이 너무 많다. 변화를 싫어하는 기득권자들의 저항 때문인데 표만 좇는 사람들은 이들을 설득할 생각도 안 한다.

좋은 이야기로 가득한 공약만 봐서도 안 된다. 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과거 국회에서의 발언, 표결에서 변화와 개혁을 지지했는지, 아니면 기득권에 아부만 했는지를 확인하자. 유권자 개개인이 알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니 상대 후보들이 조사해서 유권자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지역구 사업을 너무 앞세우는 사람들도 감점감이다. 국회의원은 나라 전체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역구민의 일부에게 이익이 되는 것, 그것도 남의 돈(지금처럼 적자 재정이 상습화된 상황에서는 다음 세대의 돈)을 가지고 표를 구걸하는 것은 미래지향성이 없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미래지향성과 관련해서 법조인 출신들은 경계할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고 법조인은 법률 전문가이니 국회의원을 시키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만들어져 있는 법을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적용하는 일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법을 만드는 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평생 ‘남의 과거사’만 다루던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연히 예외가 있을 터이니 꼼꼼히 살펴볼 일이기는 하지만….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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