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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설] 작년 정부 적자 사상 최악 기록, 눈사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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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54조원 적자로,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적자액이 2018년 10조여원에서 1년 새 무려 5배로 늘었다. 외환 위기 같은 돌발 충격이 없는데도 이런 대규모 적자가 났다.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8%로 악화돼 유럽연합이 권고하는 상한선인 -3%에 근접했다.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GDP 대비 적자 비율을 '-2% 안팎'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이 약속이 벌써 깨졌다. 코로나 지원금 변수까지 생긴 올해 적자 비율은 -4%를 웃돌 전망이다.

적자가 급증하면서 작년 국가 채무도 사상 최대인 729조원으로 불었고, GDP대비 채무 비율은 1년 새 2.2%포인트 치솟으며 38.1%로 올랐다. 올해는 512조원의 본예산과 12조원 1차 추경만으로도 이 비율이 40%를 넘어서게 됐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 역대 정부가 수십 년간 지켜온 40% 마지노선을 이 정부는 3년 만에 깨뜨렸다. 정부는 채무 비율이 70~80%에 달하는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달러나 유로, 엔화를 찍어내고 사용하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에서 재정마저 부실화되면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IMF 환란을 비롯해 각종 위기 때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것이 건전재정이었다. 그 방어벽이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정부의 포퓰리즘과 세금 살포 중독증이다. 온갖 분야에서 저지른 정책 실패를 천문학적 세금 퍼붓기로 땜질해왔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반기업 규제로 고용 참사가 빚어지자 엉터리 일자리 사업에 3년간 약 70조원을 퍼부었다. 선거 목적의 비효율적 포퓰리즘 사업에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다. 야당 시절 "국가 채무 비율 40%를 지키라"고 정부를 공격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말을 바꿔 '40% 억제선' 목표를 사실상 폐기하도록 지시했다.

정부가 국민 세금 곳간을 바닥낸 상태에서 코로나 위기를 맞게 됐다. 코로나 지원금이 사실상 매표(買票) 용도로 변질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게 될 나랏빚만 벌써 수십조원에 달한다. 조만간 3차 추경도 편성할 것이라고 한다. 재정 적자가 심화돼 국가 신용도 강등으로 이어진다면 심각한 사태다. 그래도 정부는 여전히 세금 만능주의에 빠져 있고 여야는 도박판 같은 세금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눈사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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