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 꽃을 옮겨 심던 사람들은 기억나는데,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있던 팬지는 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버스 창 너머로 스쳐 가는 꽃들이 왜 이리도 낯설까. TV 뉴스와 신문에 실린 상춘객 사진으로 대신 봄꽃 소식을 접한다. 통행이 허용된 꽃길마다 마스크를 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몰리는 관광객 때문에 정성 들여 가꾼 유채꽃밭을 갈아엎은 강원 삼척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한 곳인 제주 녹산로 유채꽃도 한 달이나 앞서 자취를 감출지 모른단다. 코로나19가 바꾼 봄 풍경이다.
집 밖에는 변함없이 봄기운이 완연한데, 사람들 마음은 아직도 겨울이다. 갑갑해 걸으러 나가도 사람들 피하느라 꽃에 눈길 한번 제대로 못 준다. 꽃시장에서 작은 화분 하나 사다가 봄 기분을 내 보는 데 만족한다. 코로나19에 도둑맞은 봄, 마스크 쓰지 않고 맨얼굴로 맞았던 봄이 그립다.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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