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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올리브영의 벽'…랄라블라·롭스·부츠, 매장 줄이고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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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소매유통·H&B스토어 시장 성장했지만 경쟁서 밀려

랄라블라·부츠, 매장 감축 중…롭스, 구조조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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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 20년간 '만남의 광장' 역할을 했던 서울 2호선 신촌역 앞 맥도날드 자리에 2018년 H&B스토어 '부츠'가 들어섰다. 이 일은 당시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할 정도로 중요한 사건으로 여겨졌다. 젊음을 대표하던 패스트푸드점의 역할을 화장품 편집매장이 넘겨받은 것이다. 신촌역 맥도날드 앞에서 친구나 연인을 기다려본 적이 있는 이들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화제를 모은 것이 무색하게도 부츠는 2년 만에 이 자리에서 철수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급속도로 늘어났던 H&B(헬스앤뷰티) 스토어들이 일제히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주요 유통사들은 적자를 감수하며 H&B스토어에 투자했지만 적자가 이어지고 성장이 정체되면서 H&B 사업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H&B스토어 4사 중 업계 2위인 랄라블라와 4위인 부츠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매장 수를 축소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부츠 매장 수는 지난해 말 15개에서 4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익성'과 '효율성'을 기조로 전문점 사업을 재편해 나가는 중"이라며 "부츠 역시 지난해부터 효율이 떨어진 가두점을 중심으로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 본사와 향후 부츠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며 최종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롭스는 점포 수가 꾸준히 늘었지만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태다. 지난 2월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매장 200여 곳을 정리하기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전체 오프라인 점포 30%를 닫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롭스와 롯데슈퍼가 주요 '정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압도적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이 독주하는 모양새다. 다른 H&B스토어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과 달리 지난해 기준 매출 3659억원, 영업이익 16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올리브영 역시 성장세 자체는 둔화했다. CJ그룹의 경영 기조가 수익성 강화 및 내실 다지기로 전환한 영향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예전처럼 확장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매장당 매출과 객단가를 올리는 내실화에 힘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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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소매 시장 및 H&B스토어 시장 자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14조8158억원으로 5년 사이 16% 성장했다.

H&B스토어의 화장품 소매시장 점유율 역시 2018년 12.5%로 5년 전에 비해 7.8%포인트(p) 뛰었다. 2014년에는 홈쇼핑과 대형마트보다도 점유율이 낮았으나 2018년에는 온라인과 화장품 전문매장(로드숍+편집숍) 다음으로 화장품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채널로 부상했다.

H&B스토어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의 H&B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시장 포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격한 성장, 압도적 업계 1위인 올리브영과의 경쟁 등이 꼽힌다. 게다가 직영점·직매입 구조에 매장이 대부분 대규모 점포인터라 비용 부담도 컸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뷰티&패션 부문)은 "부진한 여타 드럭스토어(H&B스토어)들은 기존 백화점이나 화장품 전문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 위주로 구성됐다"며 "올리브영 대비 소극적인 유통망 확보, 프리미엄에 치중한 전략, 그리고 타 유통과의 차별화 실패로 올리브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츠처럼) 약사가 상주하는 해외 드럭스토어 형태의 시도도 진행됐지만 한국처럼 길에서 약국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의료 포화 시장에서는 큰 강점으로 내세우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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