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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글로벌 '주문절벽'에 세계공장 중국 코로나 '2차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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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주문 받아 제조하는 中 기업 줄도산

코로나 1차 쇼크 버텼지만 글로벌 주문 사라져

中 학자까지 "경기 회복은 연말에야 가능"

조선일보

중국 저장성에 있는 제조 공장의 모습./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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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중국 광둥성 둥관(東莞)시에 있는 완구 제조 업체 ‘판다(泛達)’가 회사 설립 28년만에 문을 닫았다. 판다는 북미와 유럽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완구를 제조하는 하청 업체로, 생산라인 직원만 1200명을 넘는다. 업체는 이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해외 기업과 계약이 모두 취소되면서, 회사를 정상 운영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금난에 봉착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직원이 소셜미디어 ‘틱톡’에 찍어 올린 영상에는 마스크를 쓰고 노란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폐업을 선언하는 경영진을 둘러싸는 모습이 담겼다.

판다의 폐업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달 21일 둥관에 있는 시계 제조업체 ‘징두(精度)’는 미국 시계 업체 파슬의 주문이 전부 취소되면서 공장 생산을 3개월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직급을 막론하고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고도 공고했다. 같은날 이어폰 브랜드 ‘코소닉’의 제조사인 홍콩 지아허(佳禾)테크도 둥관 공장을 닫는다는 루머가 돌았다. 지아허 측은 “폐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해외 물량 감소로 1000여명의 임시 생산직을 내보냈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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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둥관시의 완구 업체 '판다'가 폐업하며 밖으로 몰려나온 직원들이 웅성이고 있다./틱톡 캡처


‘세계 공장’인 중국이 ‘코로나 2차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바이러스 근원지인 중국은 1월 말부터 3월까지 확진자수가 급격하게 늘다가, 최근에는 신규 환자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가 가장 먼저 발발한 우한시에 대한 봉쇄도 8일 해제했다. 문제는 코로나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 제조공장의 주고객인 해외 기업들이 ‘올스톱’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대표 제조 허브인 광둥성, 저장성, 선전시와 같은 공업도시들이 이른바 ‘띵단황(訂單荒·주문 가뭄)’에 시달리게 됐다. 중국 시나닷컴은 “이동제한과 도시봉쇄에 따른 생산 차질과 농민공 실업이 1차 충격이었다면, 해외 물량 감소에 따른 무역 기반 기업의 줄도산이 2차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악몽의 1분기…아직 터널 끝 아니다

중국 기업 정보 업체 ‘톈옌차(天眼察)’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영향으로 지난 1분기 중국에서 46만개 기업이 문을 닫았다. 그 중 절반은 3년 이상 운영해온 회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신생 법인의 숫자도 평소 대비 크게 줄었다. 올 1분기에 새로 등록된 법인은 총 320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감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대로 갔다간 중국은 1976년 이후 처음으로 경제 역성장을 기록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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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향으로 텅 빈 상하이의 거리./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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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중국 당국은 코로나 직접 타격을 입은 1분기가 지나면 상황이 호전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에 따르면 2월부터 본격적인 업무 복귀에 돌입한 뒤 3월 28일 기준 중국 대기업 가동률은 98%에 달하고, 중소기업의 업무 복귀율도 76%까지 회복됐다. 신궈빈 공신부 부부장은 “3월의 기업 운영 형태는 1~2월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바이러스의 충격은 전체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소시에트 제너랄의 이코노미스트인 야오웨이와 미셸 람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물품 공급을 막는 장애는 거의 사라졌지만, 해외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며 외부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으로 연결된 탓에 자국 코로나 확산이 나아져도 타격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무역으로 큰 도시, 모두 비상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기업이 비상시기에 봉착했다”며 “코로나 전반전을 버틴 기업이 이제는 후반전을 치러야하는 격”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업 도시인 둥관시와 저장성 이우(義烏)시 등은 길가의 상점들이 텅텅 비고,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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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중국 상하이시 외곽의 산업지구의 모습./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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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보에 따르면 중국 이우시의 한 대형 의류 제조업체는 미국과 유럽발(發) 주문이 모두 취소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할 처지다. 이 업체 대표는 “아디다스, 나이키, 코스트코 등 주요 고객사가 4월 이후의 주문을 모두 취소하면서, 올해 예상했던 물량의 70%가 날아갔다”며 “1분기에만 5000만 위안(약 86억 5000만원)의 손실을 봤고,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전자기기 짝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선전시 ‘화창베이(華强北)’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곳의 한 IT기기 제조기업 사장은 중국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바이어가 주문한 물량을 제조하고 있는데, 언제 취소할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광둥성 둥관시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주문은 전체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연간 생산의 절반이 날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도시에 있는 제조기업들은 대부분 자금 현황이 좋지 않아, 길어도 5월까지 버티는게 한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경제대국의 성장이 멈춰서며, 글로벌 경제 불황도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던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국 경제학자 쉬샤오녠(許小年·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 교수)은 지난달 26일 대학 총동문회에서 발표한 글에서 “중국은 코로나 방역에 성공을 하고, 공장이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사실 이는 큰 의미가 없다. 주문이 없지 않느냐”며 “경기 호전은 연말 되어서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선전탄왕자산관리공사 류천제(劉陳杰)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정부가 예측한 것 보다 실업자 수가 훨씬 많을 것”이라며 “최고 2억 5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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