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우한 시민들 족쇄 풀렸지만...'이것' 없으면 이동 못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초록불 떠야 이동 가능

실시간으로 개인 코로나 감염 가능성 반영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시가 76일만에 사상 초유의 도시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 8일부터 우한을 출발하는 비행기와 고속열차 운행도 마침내 재개된다. 우한 시민들이 시 밖으로 나가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우한 시민이 자유롭게 이동하려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전자 통행 허가증’인 스마트폰 ‘건강 코드 (健康碼)’다.

건강코드는 개인의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개인별 진료기록, 위치정보, 통신내역, 결제정보 등을 종합 반영해 실시간 상태를 표시한다. 코드는 신호등처럼 녹색·노란색·붉은색 세 단계로 구분된다. 녹색은 ‘건강 양호’를 뜻한다. 노란 색은 발열 증세가 있거나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다는 의미고, 붉은 색은 확진자에게만 부여된다. 아래 사진처럼 스마트폰에 입력된 QR코드가 녹색일 때만 이동할 수 있다. 노란색·붉은색으로 표시된다면 외출이 금지된다.

조선일보

우한 시민들이 반드시 소지해야 이동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건강코드/저장신문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강 코드’에 초록불 떠야 이동
시민들은 봉쇄 조치 해제 이후 건강 코드가 없으면 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가 없다. 버스, 기차, 비행기, 선박, 지하철, 택시 등을 이용할 때 기사에게 스마트폰 화면에 뜬 녹색 건강 코드를 보여줘야 체온 확인 후 탑승 가능하다. 기계로 건강코드를 스캔해야 매표소에 입장할 수 있도록 중문을 설치한 곳도 많다. 도로 검문소나 톨게이트에서는 경찰이나 관리자가 운전자들의 건강 코드를 확인한다. QR 코드가 달린 드론을 이용해 차량 운전자들이 대기 중에 사전 신분 인증을 하는 방안도 도입 예정이다.

조선일보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의 기차역에서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건강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차이나데일리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색이 바뀌는 건강코드
코드의 색은 실시간으로 바뀐다. 녹색 코드 소지자의 집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코드 색이 노란 색으로 바뀌는 식이다. 대중교통을 타거나 다중이용시설 진입 시 실시한 온도 체크에서 발열이 확인됐다면 관리자가 신고해 코드 색이 바뀌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붉은색·노란색 코드를 소지한 사람들이 격리기간 28일·14일을 채우고 재검사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면 녹색 코드를 받게 된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갑자기 건강코드 색이 바뀌었는데 어떻게 하나요’와 같은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조선일보

중국 항저우의 도로에서 차량 운전자가 건강코드를 관리자에게 보여주고 있다/신화망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인·학생은 보호자 스마트폰으로 코드 발급
건강 코드 발급 절차는 스마트폰에서 모두 이뤄진다. 중국인 대부분이 사용하는 온라인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나 위챗(微信·웨이신)에서 신청할 수 있다. 성명·신분증 번호·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비롯해 본인의 건강상태와 코로나 증상자와 접촉했는지 여부를 직접 입력해야 한다. 발급 신청을 마치면 개인의 의료 기록과 위치 정보 등을 종합해 심사가 이뤄지고 QR코드가 제공된다.

스마트폰이 없어 코드 발급을 받을 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학생이나 노인, 장애인 등은 보호자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건강 코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보호자 한 명의 계정에 건강 코드 여러 개를 등록하는 방식이다. 보호자 없이 이동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어 약자들의 이동을 제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한시 정부는 “정부기관이 발급하는 종이로 된 건강증명서를 신분증과 함께 가지고 다니면 된다”고 밝혔지만, 행정 체계가 여전히 마비된 도시에서는 번거로운 일이다.

조선일보

중국의 3색 건강코드. 붉은색은 확진자, 노란색은 의심환자, 초록색은 건강상태 양호를 의미한다./저장신문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강코드는 알리바바와 정부의 합작품
우한에서 봉쇄 해제 이후 사용되는 건강코드는 지난 2월 11일 중국 저장성 저장성 항저우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 저장성은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지역이었다. 저장성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는 지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자사의 QR코드 결제플랫폼인 알리페이를 이용해 건강코드를 개발했다. 이후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텐센트 산하 위챗도 건강코드를 선보이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건강코드는 현재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를 포함한 중국 전역 200여개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소 7억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후베이성의 한 기차역에서 승무원들이 건강코드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다/징저우신문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확산 방지책 VS 감시 사회 진입
건강코드는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방지책이란 주장과 중국의 과도한 감시책이라는 비난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인터넷 데이터를 활용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대단위 실험에 착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NYT는 “공안(중국 경찰)에 시민의 활동 데이터를 공급해 바이러스 사태가 가라앉은 후에도 자동화된 사회 통제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벌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