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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대구로 달려간 육군 상담관들 "사람이 정말 꽃보다 아름답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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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관 13명 한달간 대구서 활약
8500여명 상담하며 아픔 함께나눠


[파이낸셜뉴스] 육군 상담관들이 대구시민과 함께 울고 웃으며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탰다.

8일 육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던 지난 2월 대구광역시청이 상담인력 지원요청했고 육군은 대구에 파견할 병영생활전문상담관(상담관) 지원자를 모집했다. 야전에서 장병들의 심리상담을 해오던 상담관들이 자발적으로 지원을 요청했고 13명의 상담관을 편성해 지난 3월 2일부터 31일까지 대구광역시 통합심리지원단에 투입했다.

이들이 맡은 임무는 대구지역 확진자 자가격리 대상자들과 전화상담을 하며 심리적 안정을 돕고, 위험환자를 식별해 조치하는 것. 제한된 여건이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상담에 임했다.

파이낸셜뉴스

한달간의 대구지역 상담지원을 마친 13명의 병영생활전문상담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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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간 이들이 상담한 주민은 일일 평균 400여명으로 총 8500여명에 달하며, 상담시간만 2200여 시간이다. 하루 꼬박 8시간 동안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때론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오로지 주민들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성심을 다했다.

당초 대구광역시의 요청에 따라 2주만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대구시가 2주간 추가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임무를 마치고 가족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던 이들이었지만 연장된다는 소식에 그 누구도 불평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대구지역의 급박한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군단 김해은 상담관은 "3주째 격리 중인 젊은 여성이 있었는데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게 느껴졌고 '일주일 전부터 누워만 있고 싶고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면서 "수 차례의 끈질긴 상담 끝에 동의를 얻어 정신건강센터에 긴급으로 연계해 지금은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소식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2경비단 박미현 상담관은 "어떤 남성분은 현 상황에 답답함을 성토하셨는데 심리상담을 한참 진행한 뒤에는 오히려 사과를 하시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면서 "'이렇게 함께 나눈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고 말씀드리니 아직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셨다"고 했다. 이어 "이번 상담을 통해 만나는 사람의 마음은 ’아름답다‘라는 표현 외에 다른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값진 여정이었다"고 덧붙였다.

50사단 전경옥 상담관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진정어린 목소리에 ’가슴에 있던 돌덩이가 내려가는 것 같다‘며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해낼 수 있음에 감사의 표현을 하셨다"면서 "그리고 자신이 나라로부터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지 살면서 처음 느껴본다는 말씀도 하셨다"고 전했다.

한달여 간의 지원이 끝나갈 무렵 상황도 조금씩 안정되면서 대구시도 자체 인력으로 상담업무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들은 지난 3월 31일 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왔다.

육군은 상담관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참모총장 격려서신과 격려품을 전달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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