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독과점"vs"스타트업 죽이기"…배민 비판, 논란으로 점화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자체 공공배달앱 개발 발표 잇따라…스타트업계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무지…막다른 벽 느낀다"

음식점주들, 대체로 공공앱 찬성 속 일부 자성론도…정부 '최종 판단' 주목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권준우 류수현 기자 = 국내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향한 독과점 횡포 비판이 연일 거세지면서 지자체들이 독자적으로 배달앱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이달 초 배민의 새로운 요금제 개편 방안에 대해 '독과점을 통한 부당한 이익 추구'라며 반대 성명을 낸 소상공인연합회에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세에 가세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배달의민족에 대해 진행 중인 2위 배달앱 '요기요'와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강도 높게 하겠다며 결을 같이 했다.

배민 측이 이번 사태를 촉발한 요금제 개편에 대한 개선을 약속하고 사과했지만, 이 지사는 "'미안하다고 해줄게. 그러나 그냥 계속 (그대로) 할 거야' 하는 태도로 모욕으로 들었다"면서 도 차원의 공공 배달앱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배민 비판 강공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계에서는 "배민에 대한 독과점 비난은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스타트업 죽이기를 그만하라"고 반발하고 있어 배민 비판이 미래 산업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 이 지사 "배달앱 쓰지 말자"…민주당도 연일 비판

발단은 배달의민족이 이달부터 새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오픈서비스는 주문 성사 시 배달의민족이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체계이다. 기존에는 8만8천원의 월정액 광고인 '울트라콜' 중심의 요금체계를 써왔다.

배달의민족은 5.8%의 수수료는 국내외 배달앱 업계의 통상 수수료보다 낮은 수준이고 시행에 앞서 실시한 자체 시뮬레이션에서도 입점 업주의 52.8%가 배달의민족에 내는 광고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는 "금액에 제한이 있는 기존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고 '오픈서비스'에 반대했다.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리고 이달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지층이 확고한 이재명 지사가 소상공인연합회 논평과 비슷한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배달의민족을 공개 저격, 이 문제를 사실상 공론화했다.

이 지사는 배달의민족이 요금제 개편에 사과한 이후인 지난 7일에도 "소비자와 국민이 무섭다는 걸 보여달라"며 "(배달앱을 대체할)공공앱 개발 전까지 배달앱 대신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자"고 제안했다.

정치권도 합세해 더불어민주당은 배달의민족의 요금제 개편이 소상공인에 큰 부담이 된다며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특별법 입법 등의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요금제 개편을 "기업결합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크게,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 유불리를 떠나 해당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합 심사에서는 요금제 개편이 가맹점들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스타트업계 "관이 나서서 불매운동…스타트업 죽이기"

이렇듯 배달의민족을 향한 공세가 거세지자 스타트업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의 간사인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그동안 이번 논란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껴왔는데 관이 나서서 사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것을 보고 막다른 벽에 이르렀다고 느꼈다"며 입을 열었다.

연합뉴스

발언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4.6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 실장은 "우선 배달의민족을 독점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된 게 얼마 안 됐고 플랫폼 산업의 특징은 계속 접점이 생기고 구획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어서 쿠팡을 비롯해 얼마든지 대항마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애플, 구글을 20∼30년 지켜보다가 최근에야 독점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지금 배달의민족을 비판하는 시각으로 보면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다 독점 플랫폼이고 수수료도 높은데 해외에서는 우리와 같은 논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기도 등의 이런 행태는 플랫폼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는 이를 참담함 이상의 '스타트업 죽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스타트업계 성장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앱은 지속해서 업데이트돼야 하고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려면 결국 돈이 필요한데 공공앱은 이걸 해내기 어려울뿐더러 예산 낭비가 될 우려도 크다"며 "차라리 배달의민족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우는 방안이 업계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독과점 논란의 대안을 찾는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플랫폼의 개발과 유지, 지속적인 투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결국 국민의 세금을 통해 배달료를 대신 지불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요즘 총선을 앞둔 시기여서 많은 정치인이 IT강국, 벤처강국을 말하며 표를 호소하고 있는데 불매운동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자극하는 대신 현재 상황을 합리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도 했다.

◇ 음식점주들 "배달앱 이후 사회적 비용 증가"…정부는 신중론

음식점 업주들은 그동안 배달앱들이 보인 행태를 규탄하며 공공앱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기획조정실장은 "배달의민족은 단순히 앱을 개발한 것인데 그동안 카드 수수료보다 비싼 수수료를 받아왔다"며 "배달앱이 나온 뒤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이 생겼고 음식값도 오르는 등 사회적비용이 너무나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군산시에서 선보인 공공 배달앱은 수수료가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엄청난 혁신이자 희망"이라며 "군산시 사례를 보면 지자체에서 전담팀을 꾸리든지 하면 더 큰 규모의 공공앱 운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군산시 공공 배달 앱 '배달의 명수' 이미지
[군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달전문음식업 업주들이 가입한 한 인터넷 카페에서도 이번 논란과 관련 배달의민족의 수수료가 과하다는 내용의 글이 주를 이뤘다.

한 업주가 "배달의민족으로만 136만2천500원 팔아서 수수료 14만원을 냈다"고 하자 "아침부터 밤까지 고생한 사장님 일당 상납한 건데 한 달이면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하네요", "있지도 않은 사람 1명 쓰는 셈"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에서는 배달앱이 필요하다거나 그동안 배달앱 덕택에 장사를 쉽게 한 비용을 지금 내는 것이라는 자성론도 나왔다.

한 업주는 "배달의민족을 통해 6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수수료 10%가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수수료가 인하됐을 때 배달 안 하던 매장에서 우후죽순 들어와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적었다.

또 다른 업주는 "배달앱이 주문도 받고 결제도 하고 배달하고 광고까지 해줘서 우리는 닭 튀겨서 포장만 하면 된다"며 "배달앱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우리가 발로 뛰어가며 홍보하고 주문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배달의민족을 향한 여론과 상관없이 신중히 판단,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번 논란과 관련 지난 6일 "배달의민족으로부터 데이터를 뽑아달라고 요청했고, 팩트체크를 하려고 한다"며 "(중기부 차원의 대책은) 데이터를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언급한 공공 배달앱 개발에 대해서는 "중기부에도 그런 배달앱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우리가 그것까지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zorb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