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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마스크가 미국에 납치됐다" 유럽인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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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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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신 스카프를 얼굴에 두른 시민/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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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국들과 미국이 ‘마스크’ 확보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유럽으로 가기로 돼 있는 마스크를 중간에서 웃돈을 얹거나 업체를 압박해 ‘가로채고’ 있다는 의혹이 일면서 비난도 오갔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내에서 최근 며칠 유럽이 수입하기로 했던 마스크를 미국이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하면서 전 세계적 ‘마스크 쟁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자네즈 레나르시 EU 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같은 중요한 의료기구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갈 수 있도록 질서 있는 공급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보호 장비 등 의료용품을 둘러싸고 국가 간 분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중국에서 유럽 등지로 의료용품을 싣고 와야 할 화물이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유럽 국가들의 비판이 잇따른 후 나왔다.

FT는 각국 정부 관리들과 중국 제조업체 관계자들의 주장을 종합해 볼 때 마스크 부족 사태 속에서 치열한 ‘뺏고 뺏기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안후이텐례 인터내셔널의 쑤쉬에청 대표는 "어디서 먼저 돈이 입금되는지를 보고 선적을 결정한다. 선적하기 전에 전액 입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구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30배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납치'… 21세기 '해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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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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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베를린 주정부는 3M 중국 공장에서 마스크 20만 개를 수입하기로 했는데 해당 물량이 배송 중 태국 방콕에서 도착지가 변경돼 미국으로 갔다.

베를린 주의회 내무위원회의 안드레이스 가이젤은 "우린 이걸 현대판 해적 행위로 간주한다"면서 “비인간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 연방정부가 미국에 항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프랑스도 중국에서 주문한 마스크 수백만 장을 상하이 공항에서 3배의 가격을 제시한 미국 업자가 가로챘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정부의 한 관리는 “공항 활주로에서 현금을 꺼내 우리가 주문한 물품을 가져갔다”며 마스크를 가로챈 이들이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발레리 페크레세 프랑스 일드프랑스 레지옹 지사는 “선적물량이 미국인들에게 ‘납치’됐다”며 “금융규제로 인해 프랑스 지역들이 물자 수송에 대한 선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와중에 매우 강력한 구매 경쟁이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이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한 인공호흡기 600여 대가 운송 도중 갑자기 미국 마이애미에서 멈춰 사라졌다. 파비오 빌라스 보아스 바이아스 브라질 보건장관은 “미국의 의료장비 납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료용품 놓고 '자국 우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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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마스크 제조공장/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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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혹과 비판에 대해 미국 정부는 “다른 국가의 의료 장비 수입을 가로막거나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의료용품과 백신 등을 놓고 자국 우선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 3M에 마스크 수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반발을 샀다. 트럼프 행정부는 3M에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마스크 생산 확대를 강제하고 캐나다 등에 대한 마스크 수출 금지까지 요구했다가 이후 캐나다와 중남미에 대해 판매할 수 있게 했다. 독일 현지언론들은 최근 독일 베를린 시정부가 미국의 의료장비 제조회사 3M에 돈을 내고 주문한 마스크 약 20만장이 태국 방콕 공항에서 압류된 후 미국으로 보내졌다고 보도했다.

3M이 싱가포르 공장에서 생산하는 N95 마스크 1000만 개를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지 말고 미국에 들여올 것을 강요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또 FT는 미국 정부가 독일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에 은밀히 접촉해 거액을 제시하며 '독점' 계약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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