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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코로나19 자가격리 좋은 기회로...지자체 지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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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중인 미성년자 아들 돌보는 강전찬 씨 "급박한 귀국 준비...꼼꼼한 지자체 지원 든든해" "다 지나갈 것...좋은 기회로 삼고 파이팅하시길"

"39살 나이차이가 나는 아들과 이렇게 둘이서 애틋하게 시간을 보낼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애가) 아빠의 마음도 느끼고 애 마음도 제가 헤아려보고 그런 기회로 삼으려고 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차분하면서도 행복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미국에서 유학하다 지난 3일 귀국해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인 막내 아들을 돌보고 있는 강전찬 (주)이지렌탈 상임부회장 얘기다. 2차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집을 떠나 있는 아내와 딸을 대신해 아들의 식사 등을 챙기고 있다. 벌써 닷새째다. 기저질환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아이가 미성년자인 데다 다른 가족에 비해 비교적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가격리에 동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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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중인 아들을 위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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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국자는 무조건 자가격리를 해야 하니 미리 이런저런 준비를 했어요. 아내와 함께 장도 보고 준비해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회용 용기도 준비하고요. 아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에 대비해 현관문 앞에 일회용 장갑과 에탄올 소독 스프레이도 구비해뒀어요. 저는 그냥 마스크 쓰고 거리 유지하면서 있는 음식 챙겨주고, 또 먹고 싶다는 음식이나 원하는 운동기구가 있다면 배달 주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웃음)."

급박한 입국 과정을 거쳐 자가격리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지만 강 부회장의 아들인 강민석 군은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원활한 자가격리를 위해 강 부회장 부부가 양보한 화장실 딸린 안방에 다양한 식음료를 비치해두었더니 '매우 좋은 감옥'이라고 평가했단다. 노트북과 휴대폰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 출석체크를 하고 친구들과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이용하던 청소년 요금제 대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바꾼 것도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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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제공 마스크 등 코로나19 관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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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 군의 안전한 귀국은 지방자치단체의 꼼꼼한 정책 덕분이었다고 강 부회장은 말했다. 강 부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성남시는 △성남시민 해외입국자 코로나 검사안내 △해외입국자 동거인 생활수칙 등을 미리 공지했다. 공항에서는 공무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입국자를 대상으로 1차 발열 체크를 진행, 발열 증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했다. 이후 시내로 가는 공항 리무진의 운송 횟수를 조정해 입국자들만 따로 태워 분당 서현역으로 이동시켰다.

그곳에서 성남시청 전세버스로 갈아타게 한 뒤 분당구보건소로 이동해 검체 체취 작업을 진행했다. 검사를 모두 끝낸 후에는 역내 주요 거점을 돌며 입국자들을 집앞까지 실어 날랐다. "일괄 수송 방식으로 가족 간 2차 감염도 예방할 수 있었고, 빠른 검사를 진행한 후 집까지 바래다주는 그런 정책이 잘 돼 있더라고요. 부정적인 여론으로 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코로나19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의 대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객관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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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 군은 입국 다음날인 지난 4일 코로나19 음성 진단을 받았다. 2~3일 걸릴 것이라는 당초 예정보다 빠른 진단 속도다.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다시 양성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최소 열흘 이상 충분히 자가격리를 유지할 계획이다. 강 부회장은 자가격리 경험자로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많은 사람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뜻한다.

"우리 모두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힘들고 불편한 부분도 많지만 이번 기회가 오히려 뿔뿔이 흩어져서 바쁘게 생활하던 가족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끼리 모여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하잖아요. 이러한 세렌디피티(Serendipity), 그러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우연한 가치의 발견들을 각자 느끼면서 코로나 사태를 헤쳐나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문은주 기자 joo0714@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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