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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윤휘종의 잠시쉼표] 코로나 이후의 대책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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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최근 '코로나 이후의 세계'란 칼럼 통해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단기적 비상 조치로 시작된 많은 것들이 장기적으로 정착하게 될 것이라며, 평소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결정이 몇시간 만에 내려진다고 했다. 보통 때라면 그 어떤 정부, 기업, 교육기관도 이런 실험을 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보통 때'가 아니기 때문이란 것이다.

예를 들면, 직장인들의 전격적인 재택근무 도입이나 언택트(비대면) 업무환경 구축, 학생들의 개학 연기 및 온라인 강의, 온라인 상거래의 폭증 등이 갑자기 도입된 '비상 실험'의 여러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라리는 그러면서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 인류는 두가지 중요한 선택에 직면한다고 주장했다. 첫번째는 전체주의적 감시체제냐, 시민자율권 체제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그는 전체주의적 감시체제를 선택한 대표적 사례로 중국, 이스라엘 등을 꼽았고 시민자율권 체제를 선택한 사례로 대한민국과 싱가포르 등을 꼽았다. 두번째는 감염병 대처를 위해 국수주의적 고립을 선택해야 하냐, 국제적 결속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그의 칼럼은 심오하고 분석적인데, 핵심은 전인류적 차원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유행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에서는 이런 고민의 흔적을 '아직까지는' 볼 수 없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겹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입법기관의 대표로 나서겠다는 정치인이나 정당 가운데 제2, 제3의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하자는 주장은 보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주요 정당들은 국민에게 지급할 긴급재난지원금의 범위와 금액을 놓고 도박판을 방불케 하는 레이스를 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성과급을 나눠주듯 정치인들이 마구 퍼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열심히 벌어 우리 모두를 위해 쓰자며 납부한 세금이다.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으로 생계가 막힌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활력을 잃은 우리 경제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마중물이다. 이렇게 귀중한 돈을 선심 쓰듯 마구 퍼주겠다며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을 보면 우리 미래가 암담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4·15 총선을 코로나19가 집어삼키다시피 하다보니 뭔가 유권자들의 눈길을 잡을 공약이 필요했을 것이다. 국가에서 돈을 주겠다고 하니 마다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주요 정당들이,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것은 세금을 누가 더 많이 퍼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적인 방역시스템과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 모든 국민의 자발적인 감염방지 활동 등으로 코로나19의 피해를 줄였지만 앞으로 이와 유사한 감염병이 재발할 경우를 대비한 정책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 1인당 50만원, 100만원 주겠다는 공약 경쟁이 아니라 바이오기업을 위한 규제를 풀어주고 생계가 막막해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선거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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