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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어린이집 교사 40% "정부가 준 월급, 원장이 뺏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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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일~6일 보육교사 1280명 설문 조사

교사 급여, 원장이 돌려받는 페이백 실태

389명 보육교사 "페이백 중이거나 목격"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문제 제기 나서

'운영 어려워, 협조해달라' 핑계 가장 많아

뉴시스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의 월급을 돌려 받는 '페이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0.04.08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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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린이집 10곳 중 4곳에서 원장이 보육교사에게 급여를 되돌려 받는 이른바 '페이백'을 요구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어린이집 휴원 기간에도 긴급보육 운영비를 통해 보육교사 인건비를 정상 지급하는데, 원장들이 이를 부당하게 갈취했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참여연대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원장님이 제 월급을 현금으로 뽑아달라십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1일부터 6일간 보육교사 12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페이백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민간·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 중 131명(12.9%)은 올해 2~3월 기간 중 페이백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58명(25.4%)의 보육교사는 이 기간 페이백을 하지는 않았지만, 원장에게 페이백을 제안받거나 동료 교사가 권유받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총 389명(38.3%)의 보육교사가 직·간접적으로 페이백 강요나 실행을 경험한 것이다.

민간·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 중 현재 페이백 중인 131명과 전체 시설을 기준으로 페이백 유경험자 220명을 더한 351명에게 '어떻게 페이백을 했느냐'고 질문한 결과, 240명(68.4%)은 현금을 인출해 원장에게 직접 가져다줬다고 답했다. 원장의 개인계좌로 송금했다는 응답자는 42명으로 11.9%, 원장이 지정한 다른 사람의 계좌로 송금했다는 응답자는 26명으로 7.4%를 차지했다.

현금을 인출해 동료교사 등 원장이 지정한 사람에게 가져다줬다거나, 페이백 금액을 공제 후 월급을 받았다고 응답한 보육교사도 적지 않았다.

발언자로 나선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부장은 "지난달 17일 어린이집 페이백 문제를 지적한 후,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에 휴원기간 긴급보육 운영비로 인건비 등을 정상 지원하므로 보육교사가 임금삭감 등을 강요받을 이유가 없다고 알렸다"며 "그런데도 이런 부당·위법한 (페이백) 강요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 원장이 주로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우니 협조해달라'는 이유를 대며 페이백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222명의 보육교사가 원장이 이런 사유를 대며 페이백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페이백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어린이집에서 횡행하던 오랜 악습이었다"면서 "보육교사가 이를 신고해도 신분보장이 안 돼 고통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원장에 의해 어린이집이 사유화되면서 보육교사 개인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전국 민간·가정어린이집 연간 페이백 규모가 1846억7641만원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체는 이날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토대로 앞으로도 어린이집 내 페이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함미영 지부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입장문에서 ▲보육교사의 임금지급을 국가가 직접 책임질 것 ▲보건복지부는 실질적인 페이백 근절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보육교사가 목소리 내지 않으면 복지부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린이집 각종 악습, 노동조합과 함께 없애요' 등의 팻말을 들었다.

30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은 '페이백 범죄문화, 보육교사가 바꾸겠다'는 구호로 마무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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