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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fn스트리트] 손목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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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0피트'에서 여주인공 마니(팜케 얀센)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보조원은 이런 중대 대사를 읊는다. "100피트를 넘게 되면 경보가 작동되고, 3분 이상 그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찰이 달려옵니다. 억지로 잡아 빼거나 장치를 바꾸려 해도 경보가 역시 울리게 되지요." 100피트는 대략 30m 정도다. 마니의 대답은 간결하다. "감옥이랑 똑같아."

전자발찌·팔찌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등을 부착해 착용자의 위치와 심리상태를 감시하는 도구다. 맨 처음 이 장비를 고안했던 이는 1960년대 미국 하버드대 랄츠 스위츠게벨 박사로 알려졌지만 당시 기술이 그의 구상을 쫓아가지 못해 실현되진 않았다. 현실화된 건 만화 '스파이더맨'과 관련 있다. 1984년 미국 뉴멕시코주 판사 잭 러브가 스파이더맨의 위치추적 장치를 보고 전자통신 장비회사 허니웰에 의뢰해 만든 팔찌가 시초다. 초기엔 성범죄자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도소 예산부족 해결 용도로도 쓰였다. 탈세, 음주운전, 약물중독 등의 범죄자까지 두루 착용하게 됐다.

국내에선 이 장치가 2008년 처음 도입됐다. 대상은 성범죄자에서 유괴범, 살인범, 상습 강도범 순으로 확대됐다. 다른 나라보다 해당 범죄 종류가 무겁고 장비도 정교한 편이다. 지난해부턴 장치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시켜 착용자들의 미세한 동선, 생활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 무단이탈 방지를 위해 손목밴드(전자팔찌) 활용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 밴드를 차고 휴대폰에서 20m 이상 떨어지면 바로 경보가 울린다. 반대자들은 국가가 범죄자도 아닌 개인의 움직임을 그같이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인권 침해에 해당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5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자가격리 중이고 최대 9만명까지 늘 수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홍콩은 이를 먼저 도입해 시행 중이다. 정부는 의견수렴 후 최종 결정할 방침인데, 어떤 선택을 하든 혼란과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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