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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정쟁이 부른 미국 위스콘신의 ‘위험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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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지사 연기 결정에

공화당 다수인 주의회 반발

유권자 “생명권과 바꾼 표”



경향신문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한 고등학교에 마련된 대선 후보 경선(프라이머리) 투표소에서 7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투표하고 있다. 밀워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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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택 대피령 등이 내려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7일(현지시간) 각 정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비롯한 공직자 선거가 강행됐다. 아직까지 경선을 치르지 않은 15개주와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등이 선거 일정을 연기하거나 우편투표 등으로 방식을 바꾼 데 반해, 위스콘신주는 원래 정해진 날짜 그대로 투표를 강행한 것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밀워키 등 주요 도시 투표소에는 긴 줄이 늘어서 한 사람이 투표를 마치는 데 평균 1시간30분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소 앞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유권자들이 몇 블록에 걸쳐 대기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투표소가 등장했다.

감염 우려로 선거관리 요원이 부족한 상황이다보니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위스콘신주 최대 도시인 인구 59만명의 밀워키에서는 당초 투표소로 지정된 180곳 가운데 175곳이 문을 닫아 불과 5곳에서만 투표가 진행됐다. 메디슨 등에선 2000명이 넘는 주 방위군이 선거관리에 투입됐다.

문제는 문을 연 투표소가 희박해지면서 감염에 대한 위험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극소수의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몰려든 데다, 각종 소독·방역 절차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지침으로 대기 시간까지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위스콘신주의 누적 확진자는 2500여명, 사망자는 90여명으로 하루 사망자만 500~700명에 이르는 뉴욕주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가 외출까지 제한하는 마당에 선거를 강행한 것이 어떤 후폭풍을 낳을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를 두고 위스콘신주 입법·사법·행정 3부의 ‘무책임한 파워 게임’이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의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결정을 미뤄오다 투표 전날인 6일에서야 ‘2개월 연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주의회에서 반발했고, 보수 성향이 우세한 주 대법원에서 주지사 행정명령에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날 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물론 주 대법관·검찰 등 고위직도 함께 선출했다. 이 때문에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에 유리하다’는 정치적 셈법을 중시한 공화당 측이 강행을 고집했다. AP통신은 “위스콘신 유권자들은 건강과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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