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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코로나쇼크 대출로 버티는 가계…은행권서 3월 9.6조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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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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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가계와 기업이 모두 대출을 늘리면서 지난달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 대출마저 급증하며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일로다. 가계 역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도 크게 늘리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8일 한국은행은 3월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이 901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조7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경기 추락 여파로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8조원 늘렸다.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 여력이 있는 대기업마저 대출을 10조7000억원이나 늘렸다. 모두 역대 최대폭이다. 통상 기업대출은 경기가 좋을 때는 설비투자 용도로 많이 쓰이지만 지금처럼 최악의 경기 추락 상황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설비투자 대신 당장 매출 급감에 따른 운전자금 용도로 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특히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으로 대거 자금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3월 중 CP는 1조5000억원, 회사채는 5000억원 순상환을 나타냈다.

이미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지난해부터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법인기업(기업)의 순자금조달액은 7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운용액은 110조9000억원 늘었으나 조달액은 183조8000억원으로 더 많았던 것이다. 순자금조달액이 더 많다는 것은 늘어난 자산보다 조달한 부채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순자금조달액은 2011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영업을 못하다 보니 매출이 일어나지 않고 매출이 없으니 현금 회전이 안 되는 상태"라며 "현금이 없다 보니 고정비 지출을 위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소득 감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대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3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910조9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9조6000억원 증가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폭이다. 2월에 이어 3월에도 증가폭을 경신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6조3000억원 늘었다. 2월(7조8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2월을 제외하면 2015년 4월 이후 월별 증가액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서울 비고가 아파트와 수도권 거래가 계속 이어지면서 대출 증가 규모가 예상보다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9억원 이상 아파트에 강력한 규제를 걸었지만 9억원 미만 아파트 값이 9억원 선까지 오르고 '풍선 효과'로 인해 서울 외 수도권 지역에서 거래가 늘어난 결과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3조3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부동산담보대출, 적금·주식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코로나19 여파에 경기가 주저앉으면서 가계는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도 대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담보대출도 신규 주택 매입 자금보다 기존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을 받는 사례가 늘었다"며 "경기 악화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계와 기업이 모두 대출로 연명하면서 경기 하강이 가시화되면 눈덩이 빚이 대출 부실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커다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5.1%로 1년 전보다 3.9%포인트 상승했다. 안동현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은 못 하는데 임차료·월급 등 고정지출이 있어 대출을 받는 것"이라며 "가계와 기업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여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의 자금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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