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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단독] 확진자 나온 날도 강남 룸살롱은 “오늘 풀방, 대기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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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대화방’에서 오간 영업 현황

집단감염 우려는 딴 나라 얘기
한국일보

8일 새벽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룸살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 빈방과 대기 고객 상황을 공지하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이 룸살롱에는 60여 개의 방이 있는데 다인실을 뜻하는 대(大)방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방은 모두 찼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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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룸살롱 여종업원 2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로 드러나 집단감염 비상이 걸린 7일 밤에도 다른 룸살롱들은 버젓이 영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밀실 구조라 어느 곳보다 감염 위험에 노출됐지만 하룻밤 사이 종업원과 손님 등 최소 수백 명이 드나들었다.

8일 본보가 입수한 룸살롱 관계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 메시지 내역에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성황을 이룬 영업 현황이 들어있다. 대화방에서는 각 업소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메시지들이 바쁘게 오갔다.

적게는 200여 명에서 많을 때는 400명까지 참여하는 대화방은 강남 일대 주요 룸살롱 관계자와 중개업자들이 영업 현황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다. 룸살롱 측이 빈방 수 등을 공지하면 그에 맞춰 중개업자들이 손님을 안내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각 룸살롱들은 별도의 대화방을 운영한다. 입수한 대화내역을 종합하면 여종업원 확진 판정이 사회적 이슈가 된 날에도 강남 일대 룸살롱들은 손님이 바깥에서 수십 분씩 대기할 정도로 붐볐다.

이날 오전 3시 신사동의 한 룸살롱은 모든 방이 가득 차 대기자가 13명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해당 룸살롱은 노래방 10인실 크기의 방이 60개 정도 있는 대형 업소다. 삼성동의 다른 룸살롱은 대기 손님이 10명이라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 동안 최소 1,000명은 이 업소를 방문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런 룸살롱이 적어도 10곳은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지난 7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룸살롱 단체 대화방에서 업소 관계자와 중개업자들이 실시간으로 업소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SNS 캡처


대형 룸살롱은 100여 명에 달하는 종업원들이 대기실 한 곳을 이용하면서 여러 방을 돌아다녀 집단감염에 특히 취약하다. 대기자가 몰리다 보니 손님이 바뀔 때 마다 방을 방역하지 않고, 일부 업소들은 방역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단속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한국일보

지난 7일 밤 서울 강남구 일대 유흥업소 직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방역 당국의 단속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SNS 캡처


서울시는 이날 룸살롱과 클럽 등 유흥업소 422곳에 대해 오는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거지만 일부 업소들은 단골 고객 위주로 암암리에 영업을 이어갈 여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7일 밤에도 정문을 닫고 영업한 곳들이 있다”며 “업소와 손님 간 관계가 끈끈하면 얼마든지 비밀리에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당분간 유흥을 끊겠다”는 일부 남성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유흥업소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절클’하겠다” “집에 박혀 있어야겠다” 등의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클럽 출입을 끊고, ‘집콕’을 하겠다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유흥업소와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거나 확진자 접촉 시 동선 노출로 인해 몰아칠 사회적 비난을 우려해서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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