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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배달시장 쥐락펴락" vs "혁신동력 육성"…커지는 `배민` 독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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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의민족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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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촉발한 수수료 인상 논란에 라이더 수수료 삭감 논란이 더해지며 배민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국내 요기요, 배달통 운영사)가 진행 중인 인수·합병(M&A) 최종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승인 심사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8일 관련 업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결합승인 여부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사실상 100% 장악하는 독점이 명백해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반면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신사업과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책 유연성을 발휘해 기업결합승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 같은 여론 사이에서 공정위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조건부 승인에 대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수수료 개편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만큼 공정위가 과거 기업결합심사 때보다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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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 수수료 개편에 이어 라이더스 수수료 삭감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는 배민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간 기업결합심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8일 서울 시내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앞에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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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숫자만 놓고 보면 상당수 전문가는 독점이 명백하다고 지적한다. 배민과 DH가 운영하는 요기요, 배달통의 국내 배달 앱 시장점유율이 100%에 육박하는 데다 이번 수수료 개편 이슈에서 드러났듯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자영업자 피해가 커질 염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시장과정부연구센터장)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말이 되지 않는 결합이며 100% 독점"이라면서 "독점 허용과 벤처 육성을 착각해선 안 되며 공정위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엄격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업결합심사에서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관련 시장의 획정'에서도 이번 건은 '배달업'이 아닌 '배달 앱'이 명백해 보인다"며 "배달 앱 시장이 쿠팡과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배달업 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하게 되면 독점 판단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배달 앱으로 시장을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수수료 개편이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도중에 이뤄진 것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배민 측이 심사를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이미 강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고 자영업자와 관계에서도 '절대적 갑' 지위에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공정위 심사가 진행 중인데도 가격체계를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승인을 확신하지 않고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 같은 행태를 보게 되니 조건부 승인을 해주더라도 향후 가격 인상 자제 약속을 지킬지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수수료 개편 문제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사례로 비칠 여지가 있다"며 "결국 기업결합심사 과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대외협력부장은 "배민과 DH 간 기업결합이 된다면 소비자 정보를 독점해 유통 시장 전체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가 경제와 신산업·스타트업 육성,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거대 플랫폼 등장과 글로벌 마켓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시장점유율만 따질 게 아니라 국가 경제·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소비자에게 득이 돌아가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배민과 DH 간 합병은 국내 사업 독점이 목적이 아니라 아시아 사업권을 획득해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라며 "배민은 독일 기업이 아니라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생적으로 자란 국내 플랫폼이 죽는다면 해외 플랫폼이 국내 산업을 지배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M&A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신산업 육성, 스타트업 창업주의 '엑시트(기업 가치를 올린 뒤 비싼 값에 매각하는 것)' 장려 등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수수료체계 개편을 심사에 적극 참고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수료 개편은 아직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업결합 효과가 이미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수수료체계가 가맹점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호승 기자 / 문재용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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