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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코로나19는 인간의 자원 착취 탓”…남성이 더 취약한 이유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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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미 NIH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 출현이 늘어나는 것은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렵, 농경, 도시 건설 등 인간 중심으로만 벌여온 자원 착취 행위에 갈 곳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 사회와 잦은 접촉을 하면서 ‘괴질 창궐’ 위험을 키웠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에 여성보다 남성이 더 취약한 이유를 일부 설명해주는 분석도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와 미국 연구진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이러한 현상의 일부로 분석한 논문이 영국 생물학 학술지 왕립학회보B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짐승들이 인간에게 옮긴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142종을 골라 동물과 인간의 바이러스 공유 현황을 집계했다.

그 결과 소, 양, 개, 염소 등 가축들이 가장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인간과 공유했다. 설치류, 박쥐류, 영장류 등 주택, 농장 근처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도 전체의 75%에 달하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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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한 폐광에서 집단으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관박쥐. 연합뉴스


코로나19 중간 숙주로도 지목된 바 있는 박쥐류는 단독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니파, 마르부르크, 에볼라 등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인간에게 전이되는 코로나19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멸종위기 야생동물’로부터 노출될 위험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인간의 수렵, 야생동물 거래, 서식지 파괴 탓에 개체 수가 급감한 동물들이 인간에게 전례 없는 위기를 되돌려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물 다양성이 높은 오지에 인간이 자꾸 침입하면서 주변 동물, 야생동물과의 새로운 접촉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론이다.

현재 인간의 환경 파괴는 지구를 ‘6차 대멸종기’에 진입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원헬스 연구소의 크리스틴 크뤼더 존슨은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이되는 것은 야생동물, 그들의 서식처와 관련한 인간활동의 직접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존슨은 “그런 활동 때문에 인간이 야생동물들과 바이러스를 공유하는 대가를 치른다”며 “생물종의 생존과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여러 요소가 결합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혼란이 닥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창궐을 계기로 야생동물 생존권 문제가 인간의 보건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은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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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시장에서 판매 식용되고 있던 야생동물 거래 가격표. 연합뉴스


세계 야생동물단체 200여곳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에 서한을 보내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사고파는 시장, 야생동물을 전통 약재로 쓰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각국에 권고하라”고 촉구했다. 서한에는 국제동물애호기금(IFAW), 런던동물원, 동물의 윤리적인 대우를 바라는 사람들(PETA) 등이 참여했다.

또 다른 한 연구에서는 코로나19에 여성보다 남성이 더 잘 감염되는 경향의 원인이 추론됐다. 독일 베를린 건강 연구소(BIH), 베를린 샤리테 의대 등의 과학자들이 공동 진행해 8일 유럽분자생물학기구가 발행하는 EMBO 저널에 실린 논문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가기 위해 보조인자(TMPRSS2)와 수용체(ACE2) 모두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두 요소는 모두 여성보다 남성에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번 연구의 표본이 결론을 내릴 만큼 크지는 않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해당 표본은 폐암 환자 12명의 암 조직과 주변 정상 조직, 기관지경 검사 환자에서 채취한 정상 기도 세포 등으로 구성됐다. 당초 비흡연자에게 폐암이 생기는 이유를 규명할 목적으로 시작한 연구였는데 미공개 부분을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활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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