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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회사채 시장 막히자 기업대출 역대 최대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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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기업까지 유동성 확보 나서

개미 빚투자로 가계대출도 최대폭 증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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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기업의 은행대출 증가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의 은행대출도 주택자금 수요에 주식투자 목적의 대출까지 가세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8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3월 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901조4천억원)은 한 달 전보다 18조7천억원 늘어나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전 최대치인 10조9천억원(2014년 1월)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대기업 대출이 이례적으로 10조7천억원이나 늘어난 영향이 컸다. 대기업은 주로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그동안 대기업의 월별 은행대출 증가규모는 많아야 3조원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채권시장이 급속히 냉각되자 대기업들이 앞다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신용경색 영향으로 급감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3월 회사채 발행규모(5조1천억원)는 투자수요 위축으로 전월 대비 59%(7조3천억원)나 줄었다. 신용 등급이 에이(A) 이상인 기업도 모집액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2건 발생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8조원 늘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에 나서면서 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춘 영향이다. 중소기업 대출에는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분 3조8천억원이 포함돼 있다.

3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910조9천억원)도 한달 새 9조6천억원이 늘어 2개월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고쳐 썼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 6조3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주택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1월 6천호에서 2월 8천호로 소폭 늘었지만, 경기도는 2만1천호에서 3만2천호로 급증했다. 한은은 “12·16 대책으로 서울의 고가 아파트 거래는 상당폭 줄었지만,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가 지속되면서 주택대출 증가세 축소 정도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도 전월 증가액(1조5천억원)의 2배가 넘는 3조3천억원이 늘었다. 기존 부동산 자금 수요 외에도 증시의 ‘개미’ 투자자 증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지난달 주가가 급락하자 개인들이 마이너스 통장이나 예금담보 대출을 통해 주식 저가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11조9천억원 증가했고 개인의 주식 순매수(코스피+코스닥)는 12조7천억원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기타대출에는 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업자의 생계형 대출도 섞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은행 모니터링 결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업과 생계자금 용도의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 있겠으나 아직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비은행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3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9조1천억원 늘었다. 금융위는 “4월 이후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확대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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