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항공산업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고용 도미노 붕괴" [위기의 항공산업 전문가 지상 좌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직접 보조금·신용대출 지원 망설일 시간이 없다"
美·유럽 노선 막혀 국적사도 휘청
21만 항공산업 종사자 직접 타격
분단국가 특성상 안보에도 위협
美·日, 파산 경험 바탕 수십조 투입
수출효자 반도체 항공화물이 담당
우리도 항공물류망 사수에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항공사들이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했다. 보유항공기의 90% 이상이 날지 못한 채 지상에 발이 묶여있고,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결국 문을 걸어 잠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6월 국내 항공사들의 매출손실만 6조45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상 최악인 항공산업 침체가 언제 끝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이번 위기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감안할 때 항공업계의 위기는 앞으로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내 항공산업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병재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 본부장,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가나다순) 등 항공업 관련 국내 최고의 전문가 4명과 함께 8일 지상좌담회를 갖고 벼랑 끝으로 몰린 국내 항공산업의 회생을 위해선 어떤 묘수가 있는지 들어봤다.

―국내 항공업계가 그야말로 '미증유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설상가상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국내 모든 항공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반대로 항공사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꼭 항공산업만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도 존재한다. 정부가 항공사에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나.

▲허희영 항공대 교수(이하 허)=정부가 항공업계를 먼저 챙겨야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빠른 현금흐름 때문이다. 항공기는 공장과 같다. 여기서 상품이 판매되고, 수입이 발생한다. 운항이 중단되면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수익모델이다. 하늘길이 막히면 경제가 폐쇄되고, 여행과 관광산업의 도미노로 이어진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자마자 LCC들은 자금난에 봉착했고, 지난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미국과 유럽 노선이 폐쇄되면서 풀서비스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현금흐름이 막혔다. 항공운송업은 네트워크산업인데, 한번 무너지면 이를 복구하기 어렵다. 공장을 일시 폐쇄했다가 재가동하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이하 강)=현재 위기는 경제주체들의 소득감소로 소비가 줄어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감염병 확산으로 소비를 하지 못하면서 나타난 위기다. 소비자보다는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이 생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감염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람의 이동이 금지되거나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다. 이는 특히 여행·관광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산업에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산업특성상 고정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산업이 멈추더라도 지불해야 할 비용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항공기 리스비용이 그렇다.

▲김병재 상명대 교수(이하 김)=대한민국은 국가경제 성장에 있어서 외국과의 연결과 확장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항공운송업의 중요성은 타 산업과 비교해 매우 크다. 항공운송 및 직접적 관련 산업인 항공관광 부문을 포함하면 국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500억달러 정도이며, 일자리 창출 효과도 직접고용 약 15만8000명을 포함해 관련 일자리가 약 83만8000개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소비 활성화나 투자·수출 촉진에 기여하는 정도를 고려하면 그 영향은 매우 크다. 게다가 타 산업과 비교해 산업기반 구축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붕괴됐을 경우 회복이 매우 힘들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중동과 중국 항공사들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항공시장을 교란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는 업계의 문제가 아닌 전체 국가경제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이하 송)=항공산업은 국가 경제와 고용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항공운송은 국제 여객운송의 96%와 고부가가치 국제 화물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사람과 화물의 이동은 사회경제 필수 기능으로, 현대 사회에서 국제적 연결성은 국가경쟁력 척도가 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항공생태계가 무너진다면 외국 항공사가 공항과 하늘길 등 국가 공공재를 이용해 독점적 이득을 취하게 될 수도 있다. 더욱이 항공산업은 직간접적으로 21만명의 종사자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또 국내외 연관산업을 포함, GDP 중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유사시 군사 목적으로 이용된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항공산업 보호는 식량처럼 안보적 측면도 추가돼야 한다. 현재 추세로는 그 피해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입국금지 등은 항공사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으로, 항공사 잘못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미국 국회와 정부는 자국 여객항공사엔 보조금 250억달러(30조7000억원), 화물항공사엔 40억달러(4조9000억원), 협력업체엔 30억달러(3조7000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독일도 자국 항공사에 무이자 대출 기한을 연장해 주고 무한대 금융지원을 약속했고, 프랑스도 비슷하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은 항공인프라 144억달러 투자금 금융지원, 일본은 항공사 대상 대출액 상한 없는 융자지원을 약속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항공산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허=파산을 경험해본 나라들은 항공업계 파산이 쉽게 일어나고, 그에 따라 국가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유나이티드, 델타,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의 메이저 3사도 2000년대 들어 모두 파산했었고 2010년 일본항공(JAL)도 파산해 13조원의 국고를 들여 회생시켰다. 유럽 역시 대표 국적항공사들이 파산한 경험이 있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선제적으로 정부가 나서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그동안 정부에 구제금융 한번 신청해 본 적이 없는 대한항공은 높이 평가할 만한데 이번에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강=항공산업은 어느 국가나 국가 기간산업이면서 전략산업으로 지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수 산업이 국가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이 파산하면 국가 기간기업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송=미국은 국내를 포함한 항공운송시장 규모가 크고, 보잉과 같은 항공기 제작사 등 관련 전후방 연쇄산업 생태계가 미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적 영향력에서도 항공산업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과거 9·11 테러로 항공산업 피해 경험이 있어 적극적인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도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자국 국적사 브랜드와 에어버스 등 항공제작업이 경쟁력이 있다. 중국은 국내 시장 육상교통 발전 단계에서 항공운송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항공 제작업, 리스업 등 항공산업에서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일본은 항공산업에 대한 회복 의지와 한국과의 경쟁 실패, 중국 항공산업 위협, JAL 구조조정 등의 경험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김=자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기간산업적 특성과 영향력 외에 중요한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미국, 독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신흥 경제대국인 중국 등도 지속적인 경제성장 및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증대시켜 나갈 때 연결성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이다. 이런 물리적 연결성에 있어서 핵심이 항공이다. 해당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은 현재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 경제사회 측면에서 각국의 영향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연간 수송량으로 따지면 항공물류는 해운의 0.3%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항공화물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송=항공화물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반도체(2018년 기준 총 1267억달러 중 940억달러 수송 분담) 등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입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입 현황에서 항공화물 비율은 중량으론 약 0.19%이지만 금액 측면에서는 약 30.2%다. 지금껏 주력 수출품인 전자부품 및 산업용 전자제품(2010년 기준 총 약 924억달러) 국제운송을 담당했듯이, 앞으로도 항공운송은 수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넓은 관점에선 비대면 온라인 구매 증가로 공간에 제약 없는 소비활동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국내 산업이 생존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선 항공화물운송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김=글로벌 화물운송에서 강조되는 것이 안전성, 신속성, 정확성이다. 항공화물은 해운에 비해 높은 안전도와 신속성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조달·생산, 판매국가가 글로벌화됨에 따라서 전체 공급과 유통망에서 중요시되는 적기 인도를 통한 재고 및 자본비용 절감 효과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또 점차 증가하는 고부가가치 화물 운송의 적합성, 신속한 운송을 필요로 하는 상품의 적합성은 해운과 비교했을 때 항공화물운송이 점차 중요시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수출 산업과 품목을 고려할 경우 이 요인은 더욱 큰 중요성을 갖게 된다.

▲허=항공화물은 상대적으로 물동량이 적지만 고가의 긴급화물을 대상으로 한다. 글로벌 생산기지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시간에 쫓기는 화물운송이 멈추면 해당 산업의 생산시스템이 마비된다. 코로나19 초기 국내 산업계의 중국 부품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동차 공장이 멈춰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강=항공물류는 수송량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피당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은 해운을 통해 장시간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피에 비해 가치가 높은 제품과 시간을 오래 끌 수 없는 신규 제품은 항공으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크다. 국가 성장동력 측면에선 부피에 비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항공사 지원에 대해 '부당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에 대한 대가로 보조금을 받아들인 기업들은 9월까지 임금삭감이나 해고를 하지 않기로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반대로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전 직원 대상 6개월 휴업에 돌입했고, 아시아나 역시 3월에 이어 4월에도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양국 정부 입장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강=미국의 대응이 바른 방향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어려움이 경영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재난 상황에 의해 일어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삭감이나 해고를 전제조건으로 기업 지원을 하는 것은 본인은 잘못하지 않았는데 인정하고 보상하라는 것과 같다. 특히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재난보조금 혹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 방향과도 모순된다. 이런 정책은 당장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막상 재난 극복 이후에는 오히려 소득감소에 의한 소비감소로 불황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허=이번에 보여준 미국의 신속한 조치는 우리가 참고해야 한다. 9·11테러 직후 항공업계 지원을 위해 미국 정부는 15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입했는데 100억달러는 신청한 항공사에 대한 긴급융자로, 50억달러는 모든 항공사에 보조금으로 운전자금을 지원했다. 결과는 보조금에 대한 평가가 더 좋았는데, 이번엔 580억달러를 지원하면서 지정노선의 2년간 운항, 임금삭감과 해고 금지, 임원 보너스 삭감 등을 조건을 달았다. 공공서비스 유지와 일자리 보호를 '부당한 조건'이라고 말한 것은 9·11사태 당시보다 긴급지원의 실효성을 더 높이려는 뜻으로 보인다.

▲송=두 나라 정부 입장 차이는 정부정책 부문으로 이유를 추정하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직접보조금 지원에 대한 고용유지는 최소한의 조건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지원 목적 중 하나는 종사자의 생계 보호와 코로나19 사태 안정화 이후 전문인력 유지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고용유지는 최소한의 조건이 돼야 한다. 단기지원은 최대한 최소 조건으로 빠르게 조치하고, 정부신용대출과 같은 중장기 대안에 있어서는 정부가 항공사 자구안에 기반한 신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사료된다. 물론 이를 판단하는 과정이 신속해야 하고, 지원 결정이 나면 적극적으로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여파에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국가들로 인해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지원은 국책은행을 통해 LCC에 최대 3000억원 범위에서 대출을 해주는 수준이다. 여기에 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 연기, 운수권 회수 유예 등을 약속했다. 업계의 볼멘소리가 커지면서 최근 플러스 알파 수준으로 늘렸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생존이 위급한 환자에게 영양제를 놔준 격"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그렇다면 정부의 지원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며, 또 어떤 방법이어야 하나.

▲송=정부 지원은 지금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단기적으로 직접보조금 지원, 중장기적으로 정부 신용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범부처 협력과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복잡한 의사결정으로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비상경제회의에서 신속하게 결정돼야 하고, 지원방법도 업계와 소통을 통해 9·11 이후 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2001년 9월 23일 미국 항공교통 안전 및 시스템 안정화 법안을 발의했다. 그 후 연방법에 근거해 정부 보증대출기금 관리 및 승인기관으로 ATSB를 설립했다. 연방준비제도 총재 의장 또는 이사회 의장, 재무부 장관 또는 장관, 교통장관 등으로 구성된 ATSB는 항공사 안정적 지원, 항공사 보험, 세금, 피해자 보상을 지급했다.

▲허=우리 정부 지원책은 지난 2월 국토부 장관이 항공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에서 얘기한 게 전부다. 현재 항공업계가 직면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원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현금이 바닥난 LCC에 긴급 운전자금으로 지원하고, 대규모 채무상환에 직면한 FSC에 대해선 만기연장과 지급보증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복되는 상황이 오고 시장은 빠르게 회복된다. 지급보증을 정부가 망설이면 안 된다.

▲김=국내 항공업이 고사하기 전에 신속한 계획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전례 없는 충격인 만큼 과거 항공산업 지원사례, 다른 산업 지원사례 등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선 국내 항공업계 요구사항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와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성공적인 극복에 기여했던 정부의 신속한 지원, 그 이상이 필요하다.

▲강=이번 재난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을 일반적 산업정책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기업 간 경쟁에 의한 산업구조조정 시각을 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 위기는 국적 항공사들의 기업 경영의 문제에서 야기된 위기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확산돼 여행수요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외부충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영양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국내 항공업계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공급과잉'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좁은 영토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FSC 2개사와 6개에 달하는 LCC는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정부가 LCC 3곳에 추가로 면허를 내주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격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 구조조정 얘기도 나온다.

▲허=시장엔 늘 경쟁이 존재하고, 경쟁을 통해 산업은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의 편익이 늘어난다. 공급과잉은 일시적인 것이다. 항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돈이 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진입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국내 항공업계는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사업면허를 얘기하는 거다. 사업면허를 받은 항공사를 정부가 모두 보호해야 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 세계 항공업계엔 새로운 항공사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소멸한다. 공급과잉은 시장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강=공급과잉 여부는 이번 재난상황이나 정부정책과 별개로 시장에서 경쟁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또 항공산업 특성상 국적 항공사 간 경쟁을 국내 기업 간 경쟁만으로도 볼 수 없다. 항공산업의 경쟁 도입으로 LCC가 등장하고, 이를 통해 여행객 수송능력이 확대되면서 여행객이 증가하고 여행산업이 발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국내 여행객 증가만으로는 산업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공급과잉 여부는 앞으로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국내외 여행객 확보를 통한 시장 확대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어떤 결과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특정 기업의 생존을 지원해 시장경쟁의 공정성을 해치지만 않으면 된다. 이 경우의 정부 역할은 현재 재난 상황의 정부 역할과는 다르다. 결국 공급과잉 여부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결정되도록 맡겨야 한다.

▲김=코로나19 이전에도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은 진행되고 있었다. 그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코로나19로 구조조정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비록 부정적 요인으로 인한 구조조정이긴 하지만 이를 계기로 국내 항공운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는 오히려 산업과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송=글로벌 경쟁이 이뤄지는 항공운송시장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기반으로 구조조정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부문은 근원적인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자체 복원력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일반적 상황에서 구조조정 등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 개입 등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재난 상황에선 생존이 더욱 중요한 이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정부 지원과 상관없이 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계 재편이 이뤄질 것이다. 정부는 재편이 아닌 항공 생태계 복원력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 정책 우선도도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나 당위성 등이 아닌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돼야 한다.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자원 재분배를 전제하기 때문에 종사자를 포함한 여유자원을 다른 분야로 이전하는 것을 포함한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작동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로 모든 국가 역량이 전 분야에 넓게 크게 집중되고 있어 지금보다도 더 큰 수준으로 적시에 사회안전망이 가동돼야 한다면 정부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 생각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