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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낮엔 마스크, 밤엔 안대…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 속 ‘수면장애’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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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수면센터 의료진이 불면증 환자의 수면검사 결과를 함께 보며 토론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장기간 거리 두기로 인한 일조량 감소는 수면장애로 이어지고

불안과 분노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수면의 질을 낮춘다

감염 환자는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균형이 깨져

극심한 피로감과 수면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석 달 이상 길어지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제대로 잠을 못 자는 불면증, 충분한 시간을 자고도 낮에 조는 기면증 등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신진대사가 저하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지고, 불안과 우울 등 정신적인 증상이 생기거나 나빠지면서 생기는 연쇄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수면센터 홍승철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요즘 수면장애, 식욕 증가, 체중 증가로 인해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됨에 따라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고 외출을 자제하면 햇빛을 쬐는 시간이 감소해 수면장애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북극에서 일하는 사람들,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일조량과 수면의 연관관계에 대한 논문들을 보면, 장기간 햇빛 노출이 감소하면 입면(잠드는 시간)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수면분절이 유발될 수 있으며, 수면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한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수면 박탈은 면역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의 기능을 감소시킨다. 수면량이 너무 적어도(5시간 미만) 또는 너무 많아도(9시간 초과) 폐렴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수면량이 부족한 경우 감기의 위험이 커진다.

사람의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비렘수면 동안에는 육체적 피로의 해소와 함께 깨어 있을 때 학습한 기억이 정리되고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 렘수면 동안에는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와 대뇌피질의 연결이 끊어지고, 대뇌피질 간에 연결이 활발해 저장된 기억이 기존에 저장된 지식, 기억과 서로 연결돼 더욱 오래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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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운동·고른 영양 섭취·햇볕쬐기는 ‘기본’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TV 틀어놓고 잠들지 않기·쾌적한 침실 만들기 ‘필요’

과도한 고지방 음식과 수면 직전 수분 섭취는 ‘피하기’


바이러스 감염과 수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감염 초기에는 비렘수면이 증가하면서 평상시 수면 구조를 회복하고 온몸이 바이러스에 저항하며 싸울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감염 상태가 심각해질수록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 HIV) 환자들은 감염 후 극심한 피로감과 수면장애를 경험했다. 무증상 단계에서도 이런 수면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문제가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도 나타날 수 있고, 이런 수면 저해가 환자의 면역계, 더 나아가서는 치료 반응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뿐 아니라 독감이나 일반 감기에 걸린 경우에도 수면장애가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인해 느끼는 불안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수면 중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수면의 질을 낮춘다. 엄유현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실제로 외래 환자들 중 ‘코로나 공포증’을 호소하며 불안감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대한수면학회는 최소한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고,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며, 음악이나 방송을 틀어놓고 잠들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또한 잠자리에 누워 걱정하지 않고, 쾌적한 침실 환경 유지를 통해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는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 실외 운동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의 운동도 수면의 질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킨다. 햇빛 노출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면 비타민D가 부족해지며, 비타민D의 부족은 수면장애와 깊은 연관이 있다.

수면장애를 예방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알코올이나 커피를 과용하지 않아야 한다. 고지방 음식의 과도한 섭취는 총 수면량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면 직전의 과도한 수분 섭취는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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