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선택 4·15]만 17세 노동당 비례 0번…“왜 선택받을 권리는 없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이 탓 ‘출마의 벽’에 막혀 ‘특별 후보’가 된 전주고 2학년 조민군

경향신문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0번’인 조민군이 거리에서 손팻말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조민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념 칭찬받다 투명인간

정치권은 아직 준비 안돼

청소년 수당 지급 내걸고

상징 출마지만 유세 최선


2003년 11월생으로 전북 전주고에 재학 중인 조민군(17)은 또래들에게 없는 특별한 수식어를 하나 더 갖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0번’. 4·15 총선을 2주 앞둔 지난 1일 조군은 노동당 비례대표 ‘특별후보’로 출마했다. 피선거권을 25세 이상으로 제한한 선거법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비례대표 명부엔 없지만 당 차원에선 ‘0번’ 후보로 올랐다.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원내 진입이 가능한 정당 득표율을 얻는다 해도 조군은 21대 국회에 등원할 수 없다. 조군은 “0번은 상징적인 숫자”라며 “나이 때문에 1번으로 등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내려가면서 ‘뽑을 권리’는 주어졌지만 ‘뽑힐 자격’은 부여되지 않은 것이다. 조군은 “선택받을 권리는 선택할 권리와 동등하게 부여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10대 청소년 중에서 조군처럼 정당인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군은 “2016년 촛불정국 때 집회에 자주 나가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당시에는 어른들이 ‘개념 있는 청소년’이라며 치켜세웠지만, 촛불 이후에는 원하는 지도자를 선출할 수 없는 ‘투명인간’일 뿐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2018년 노동당에 입당원서를 냈다. 노무사를 꿈꿀 정도로 노동인권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청소년 당원 가입을 허용하는 몇 안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용돈을 쪼개 당비도 매달 1만원씩 납부한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징적인 출마이긴 하지만 최근 조군의 일상은 출퇴근길 손팻말 유세 등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부분 국가에서는 정당 가입에 나이 제한이 없다. 피선거권도 마찬가지”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 참여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아직 18세 유권자들을 맞을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것이 조군 생각이다. 양대 정당의 공약 중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은 교육·입시 정책 정도다. 조군은 “그마저도 청소년이 아닌 학부모 공약”이라며 “모든 청소년이 일반고나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아닌데, 특성화고나 고졸 학생들은 배제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이 가정에 너무 종속되지 않도록 사회가 청소년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영상]‘첫 투표’하는 만 18세 청소년에게 물었다 ▶ [읽씹뉴스]18세 유권자 14인 인터뷰 “○○한 정치인은 절대 안 뽑아”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