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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한국에살며] 인간중심이 아닌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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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아들이 지난 학기부터 준비해 온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코로나19 사태로 갑자기 취소되어 갈 수 없게 되었다. 군대를 마친 한국 남자 대학생이 졸업과 취업 준비로 바쁜 4학년이 되기 전에 교환학생을 간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 만큼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도 휴학하고 졸업에 필요한 영어시험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학업과 병행해서 어학연수를 위한 언어 공부를 계속 준비하였고, 일주일 뒤면 비자를 받아 비행기를 예약하고 출국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결국 교환학생은 취소되고 갑자기 갈 곳도 목표한 것들도 없어지고 말았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대학생만 3명이 있는 우리 집에서 평소에 모두 함께 모인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올해 초도 마찬가지로 가족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고 각자 생활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가족 모두가 집에 있고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한다. 불안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환경에서도 이러한 시기야말로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또한, 시간의 여유도 조금은 생겨서 평소 잘 연락을 못 한 사람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다.

세계일보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어제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멈췄다. 특히 봄을 맞아 입학이나 취직 등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 젊은이들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이다. 자신의 삶이라 해도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지도 못한 일로 뜻하지 않은 어려움과 높은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텔레비전이나 SNS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적막한 마을 풍경을 비추어 주고 있다. 마치 도시 전체가 큰 교도소가 된 것처럼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사람들의 소통을 제한한다. 코로나19는 다른 나라의 문제가 곧 자국의 문제가 되고 개개인의 행동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철저한 대처를 하려고 노력하였으며 비교적 정확한 정보가 시종일관 전파되고 정부 대응도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어떠한 제도적, 법적 조치보다도 국민들의 단결이 강하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나라가 위험할 때 국민이 결집하여 힘을 합치고, 아래로부터의 결속력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가들의 경제활동이 정지되어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당장 내일의 생활도 버거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상은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말하자면 돈을 중심한 세계이다.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는 차곡차곡 채우려는 욕망과 오늘보다 내일이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해야 하는 기술혁신이 경제 효과와 결합된 민주주의와 합쳐서 개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두가 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원상태로 돌아오길 바란다. 하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해서 이러한 사회구조가 정말로 행복을 가져다줄지는 의문이다. 눈앞의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또한 어떻게 바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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