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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9일부터 ‘온라인 개학’, 철저한 관리로 혼선 최소화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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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16일에는 중·고 1∼2학년, 초등 4∼6학년, 20일엔 초등 1∼3학년이 순차적으로 원격수업에 들어간다.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새로운 길’ 가운데 하나다. 충분한 준비 기간과 예행연습 기회가 없었던 터라 일선 교육 현장에선 불안감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원격수업 지원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시범운영 과정에서 먹통이 되는 상황이 반복돼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이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원격수업 지원 시스템인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EBS 온라인클래식’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가 연결이 불안정하고 자료까지 유실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6, 7일에는 많은 학생, 교사가 몰리자 로그인과 회원 가입이 되지 않는 사례가 속출했다. 안정적인 서버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상당수 학교에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포기하고 단방향 콘텐츠형·과제형 수업만 하기로 했다고 한다.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한 지 8일이 지났는데 아직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전국적으로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이 22만여명으로 조사됐다. 교육당국은 이들 모두에게 스마트 기기를 대여할 방침이다. 하지만 한부모가정·맞벌이가정 등 학생들의 원격수업을 관리해줄 어른이 없거나, 조손가정·다문화가정처럼 온라인에서 소외되기 쉬운 경우에는 스마트 기기를 나눠준다 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과 후 강사나 대학생을 ‘온라인 학습도우미’로 파견해야 학습 사각지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학부모단체의 제안을 귀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디지털 교육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차제에 제대로 된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 교육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만 이런 혁신에서 낙오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책임이다. 공정한 교육 기회, 균등한 교육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원격수업 시행 초기에는 크고 작은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 당국은 철저한 관리로 시행착오를 막고,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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