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한 신혼부부가 4월 4일 유튜브 라이브로 ‘랜선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사진=KT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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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4월9일 ‘신 결혼풍속도: 탈(脫)예식장 현상 뚜렷’

최근 한 신혼부부가 유튜브 라이브로 ‘랜선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코로나19가 만든 2020년 결혼식 신(新) 풍속도였죠. 코로나19가 아니어도‘스몰 웨딩’, ‘주례 없는 결혼식’, ‘셀프 웨딩’ 등 다양한 결혼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다양해지는 만큼 결혼식 문화도 다채롭게 변해갑니다.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마음은 30년 전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1990년 4월9일자 경향신문 생활면에는 ‘신 결혼풍속도: 탈(脫)예식장현상 뚜렷’이라는 기사가 크게 실렸습니다.

1990년 4월9일 경향신문 17면 ‘신 결혼풍속도 : 탈(脫)예식장현상 뚜렷’

경향신문이 이날 주목한 것은 야외결혼식입니다.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야외결혼식이 개성을 찾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었는데요. 기사에 따르면 야외결혼식의 좋은 점은 자연 속에서 올리는 여유로운 예식과 다채로운 행사입니다. 예식장의 서비스(드레스·신부화장) 강요나 바가지요금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당시 야외결혼식 명소로는 서울 태릉푸른동산, 경기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 대학 캠퍼스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야외결혼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서울시가 한강공원에 무료로 야외 예식장을 설치해줬다는 소식도 눈에 띕니다. 서양식 혼례를 탈피한 전통혼례도 유행했습니다. 턱시도와 드레스 대신 한복을 입고, 결혼식에서 봉산탈춤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신랑·신부 동시입장, 결혼행진곡 대신 축가 합창부르기 등의 이벤트도 등장했습니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도 눈에 띄게 늘고 있죠.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작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은 4.7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결혼이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어야 한다는 인식도 옅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프랑스와 미국,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에서 동성결혼을 완전 합법화했고, 대만도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완전 합법화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탄생하는 새로운 결혼 기사, 30년 뒤에는 볼 수 있을까요?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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