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학교 실시간 수업 불가능, 녹화 강의도 못해 EBS 시청 대체
고3들은 사교육 업체 인강 몰려…
특목고와 교육격차 우려 커지는데 丁총리 "정보화 레벨업 계기될 것"
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온라인 개학에 대해 "이번에 원격 교육을 통해 선생님과 학생, 국민 간 정보화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 정보화를 레벨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인프라 부족, 교육 격차 우려가 나오자 '정보화 레벨업'이라는 논리로 대응한 것이다.
◇다수 학교 EBS 특강 의존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녹화 강의 및 학습자료 활용, EBS 대체 등 전국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원격 수업을 하는지 따로 집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여력이 되는 학교는 녹화 강의를 병행하고, 대다수 학교는 EBS 라이브 특강에 의존하는 모양새다.
개학 하루 전 학교 현장에선 교육 격차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일반고에서는 업체를 불러 급히 교내 무선망(와이파이)을 깔았다. 이 학교 교사 A씨는 "와이파이도 없는 학교더러 일주일 만에 온라인 개학을 하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했다. 이 학교는 모든 수업을 EBS 라이브 특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교사들이 온라인 학급방에 EBS 주소를 안내하고, 매일 'O, X 퀴즈'를 내 출석을 확인하기로 했다. A씨는 "출석 확인용 퀴즈는 EBS를 듣지 않아도 다 풀 수 있는 내용이라 공부한다는 고3 학생들은 벌써 한 달 전부터 사교육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한 일반고도 비슷했다. 이 학교도 녹화 강의 장비 등을 갖추지 못해 EBS 대체 수업을 하기로 했다. 교사 B씨는 "인터넷 강의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교사들보다 경험 많은 교사가 하는 EBS 강의가 양질의 수업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반면 일부 외고 등 특목고는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별 정보화 격차에 따른 교육 격차가 확연한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결국 전국 학교에서 EBS 강의를 똑같이 듣고 교사는 출석 확인만 하는 모습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EBS 서버 폭주 우려
일선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EBS도 불안하다. 이날 오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경기 고양 EBS 본사를 방문해 시스템 안정화 상황 등을 직접 점검했다. EBS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사전 학습용으로 학생들 대상으로 온라인 특강 등을 진행하다가 최근 서버 과부하로 두 차례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동시 접속 가능 인원을 300만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전국 초·중·고생은 540만명이고 여기에 교원들까지 접속하면 '서버 폭주' 사태가 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8일 '원격 수업 대비 지켜야 할 실전 수칙 10가지'를 발표하고, 접속 폭주를 막기 위해 e-학습터와 EBS 온라인 클래스 등에 미리 로그인을 하라고 당부했다.
교육부는 데스크톱·노트북·태블릿PC·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가 없는 중3·고3 학생에게 시도 교육청 등을 통해 8일까지 대여를 마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온라인 개학일인 9일에도 스마트 기기를 못 받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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