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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경제 위기 유럽, 코로나 봉쇄 완화 간절하지만…재확산 우려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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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덴마크·노르웨이 단계적 완화…이탈리아·스위스 검토 중

EU집행위 완화 기준 논의 착수

봉쇄 완화시 재확산 우려는 상존

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노컷뉴스

밀라노 대성당 앞 코로나19 순찰하는 이탈리아 군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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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유럽에서 장기간 지속되던 봉쇄정책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이 봉쇄 완화를 시작한 가운데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도 '탈(脫)봉쇄정책' 시점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 오스트리아·덴마크·노르웨이 단계적 완화, 이탈리아·스위스 검토 중, EU 논의 착수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에 불을 붙였던 이탈리아는 최근 들어 감염세가 확연히 둔화되자 국가 봉쇄령 시한이 만료되는 15일 이후의 대책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들은 주세페 콘테 총리가 7일(이하 현지시간) 내각 장관들 및 기술과학계 전문가들과 회의를 갖고 봉쇄령의 점진적 완화, 이른바 '2차 대응' 개시 시점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콘테 총리는 회의에서 "국민의 건강 보호가 여전히 최우선 고려 요소지만 국가의 엔진을 너무 오래 꺼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봉쇄령 완화에 무게를 실었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초부터 전국 이동제한령과 비필수 업소·사업장 폐쇄 등의 봉쇄 조처를 단행했다.

콘테 총리는 산업계와 노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일이나 11일 예정된 내각회의에서 완화 시점을 담은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할지, 전체 봉쇄 조처를 2~3주 추가 연장할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와 인접한 스위스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각종 규제를 이달 말부터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모네타 소마루가 대통령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4주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국경 통제와 식당 등 영업점 폐쇄,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의 규제책을 오는 26일까지 한 주 더 연장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체코, 벨기에 등도 봉쇄 완화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단계적 완화를 선언한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봉쇄 조치의 단계적 완화를 선언했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코로나19를 통제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사회를 조금씩 열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봉쇄 조치가 13일 완료되면 폐쇄됐던 탁아소와 학교 등 교육기관들이 20일부터 차례로 문을 열게 된다. 앞서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등에서도 제한적인 봉쇄 완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8일 코로나 봉쇄조치 완화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집행위원단과 화상회의를 통해 제한 조치 종료를 위한 지침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집행위는 당초 이번 회의에서 EU 차원의 출구 전략 지침을 정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일각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논의 차원'이라며 수위를 낮추는 등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 한계 직면 경제 상황에 봉쇄 풀긴 하지만…재확산 우려는 여전

유럽에서 봉쇄 완화 카드를 뽑아든 국가들이 늘고 있는 것은 봉쇄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가 한계치에 직면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한 달 넘게 경제 활동이 멈춰선 유럽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향후 유럽 경제의 암울한 전망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독일의 Ifo 경제 연구소는 독일의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9.8%로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프랑스의 중앙은행인 방크 드 프랑스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인 -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경제연구소(KOF)도 코로나19에 따른 3~6월 경제적 비용이 최대 350억 스위스 프랑(약 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봉쇄 완화가 간신히 진정세에 접어든 바이러스 확산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AFP 통신은 봉쇄령 완화 지침을 논의하기로 한 EU 집행위 내부에서도 "일부 회원국이 오해할 수 있는 (제한조치) 완화의 신호를 보내는 위험을 감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부활절(12일)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몇 일간 봉쇄 완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8일 오후 6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3836명 증가한 13만9422명이라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797명 늘어난 것으로 지난 4일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신규 환자 수 하락 추세도 끝났다.

이런 우려 때문에 당분간 고강도 봉쇄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프랑스 AFP 통신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13일 저녁 대국민 TV 담화를 통해 이동제한령의 연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엘리제궁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예정된 대통령 담화는 코로나19 확산 뒤 이후 세 번째 긴급 담화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유럽의 공공·민간영역의 전문가들과 협의해 추가 대책을 마련한 뒤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도 EU 회원국과 솅겐협정 가입국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한 외국인들에 대한 EU 입국 제한 조치를 내달 15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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