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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침대서 교실까지 1미터…온라인 개학 첫날 고3 교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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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통해 출석 부르고

쌍·단방향 수업 후 종례까지

30분 수업하고 과제 자가학습

유은혜 "가보지 않은 길 갈 것

미래 교육 앞당기는 혁신 계기"

아시아경제

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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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부르면 손을 흔들어주세요."


9일 오전 8시10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 5반 교실에서 담임교사 김우영 선생님이 조회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가명), 어디 있니? 민주? 대답을 조금 크게 해주자. 선생님이 확인할 수 있게." "네, 선생님 저 여기 있어요." "내일도 마찬가지로 8시10분부터 화상회의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이날 전체 23명 중 대답을 한 학생은 21명. 조회는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이뤄졌다. 새 학년 담임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날 처음으로 '온라인'을 통해 상견례를 한 것이다.


김 선생님은 출석부에 O 표시로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했다. 출석이 되지 않은 학생 2명은 전화를 통해 다시 확인할 계획이다. "강의 미루지 말고 시간표대로 잘 듣고 건강한 모습으로 종례 때 만나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실시됐다. 전국 초·중·고등학생 545만3000명 중 중3은 41만명, 고3은 44만명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가피한 형태의 교육 활동이지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한국이 갈 것이며, 온라인 개학은 미래교육을 앞당기는 교육혁신의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출석 확인이 끝나고 1교시 수업이 시작됐다. 이날 5반의 시간표는 체육·독서·국어·선택A·영어독해·논술·선택C였다. 수업 방식은 쌍방향과 단방향 두 가지다. 쌍방향은 실시간 수업이다. 학생들의 '피드백'을 확인하면서 진행된다. 단방향은 일종의 녹화방송이라고 보면 된다. 사전에 찍어놓은 영상을 EBS 온라인 클래스에 업로드하면 학생들이 이를 시청하는 식이다.


선생님 "소통 오히려 쉬워
학생들 "생각보다 재밌어요"
영상품질·서버 과부하 과제


장소를 3학년 3반 교실로 옮겨 수업 진행 상황을 참관했다. 3반 1교시는 심리학 쌍방향 수업이다. 이경주 선생님은 출석 확인을 위해 학생들에게 '잠시만 카메라를 켜주세요'라고 했다. 출석을 확인한 다음엔 화면에 파워포인트를 띄웠다. 어떤 학생이 채팅창에 '소리가 안 들려요'라는 글을 올린다. 조치를 취한 이 선생님이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심리학일까? 소정(가명)이가 한 번 얘기해볼까 자유롭게?" 마이크를 켠 소정이의 목소리가 선생님 노트북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저는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을 공감하려고,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걸로 초능력이 나오니까요."


노트북 화면 위 바둑판처럼 쪼개진 작은 네모 속, 무려 38일이나 늦게 시작된 새 학년 새 아이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누구의 얼굴 뒤는 부엌이, 누구는 커튼이, 누구의 뒤에는 '나무'가 보였다. 야외에서 수업을 시청하는 것 같았지만, 역시 이런 일이 처음인 선생님에게는 사정을 일일이 확인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학생들은 수업을 곧잘 따라왔다. 30분간 진행된 수업이 끝나고 한 학생은 "처음이라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는 감상을 남겼다. 이 선생님은 "프로그램 자체가 좀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이라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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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조회를 열고 출석 체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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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희 교감은 "단방향 수업이라도 중간·기말고사와 연계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 결손이 없도록 수업 끝에 과제나 질문을 제시한다거나 학습지 등을 제공해 학습 관리를 할 예정"이라며 "선생님께서 해당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은 교실 수업처럼 50분을 채우지 못하고 30분 정도 진행되며 나머지 시간엔 과제 등이 제시된다. 이 학교 연구부장인 송원석 선생님은 "아이들이 50분 동안 작은 화면을 계속 응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수업 효과를 높이려고 그렇게 시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럭저럭 하루는 지날 테지만 아이들이, 선생님이, 학교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되는 영상 품질에 대한 우려도 있고 EBS 온라인 클래스 서버 과부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송 선생님은 "다음 주 강의를 올리려고 오늘 오전 7시부터 작업을 했는데, 계속 '로드 중'이란 화면만 나와 일단 포기했다"며 "조명이나 마이크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찍다 보니 수업 내용과는 별개로 영상 품질 향상 등에 대한 애로를 교사들이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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