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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미완에 그친 샌더스의 진보정치…풀뿌리 민주주의 가능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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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소외층 위한 사회변혁 끈기있게 주장

"옳았고 위엄 있었다"...진보운동 기대 남겨

뉴시스

[세인트루이스=AP/뉴시스] 미국 민주당 경선 유력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9일(현지시간) 일리노이 세인트루이스에서 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20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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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단정치 못한 외모, 주름진 양복, 고집스런 주장….

말끔하고 수려한 정치인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소외계층을 향한 애정과 사회 변혁의 꿈은 미국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미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두 번째 대권 도전 역시 좌절됐지만 그의 족적은 그렇게 분명히 남았다.

CNN,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8일(현지시간) 샌더스 의원이 미 대선 민주당 경선 중도하차를 선언했지만 그가 남긴 의미는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2015년 4월30일 처음으로 대권에 도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당시 민주사회주의 가치를 설파하며 미국 젊은층과 노동자, 소외계층의 마음을 움직였고 유력 경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위협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경선 승리자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자취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미 기득권 정치인들이 배척했던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등의 진보적 정책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풀뿌리 민주주의도 현실화했다.

진보적인 젊은 정치인에겐 영감을 줬다.

샌더스 의원처럼 민주사회주의자를 공표하며 출마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은 "정계에 발을 들인 것은 샌더스 의원이 풀뿌리 민주주의과 미국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가치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회고했고, 올해 민주당 경선 초기 주목받았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 사우스벤드시장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샌더스 의원을 존경했고 그는 나에게 영감을 줬다"고 하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은 올해 민주당 경선에서도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가치를 꺾지 않았다. 젊은층, 노동자, 진보적인 유권자들은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이에 힘입어 초기 뉴햄프셔, 네바다 등에서 선두를 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기존 대세론 주인공이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활을 알린 사우스캐롤라이나부터 그의 기세는 꺾이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지지층 확대 한계를 우려한 당 내 다수파와 중도하차 후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개 지지선언한 경선 주자들이 힘을 몰아주면서 승기를 되돌리는 데에는 끝내 실패했다.

뉴시스

[에식스 정션=AP/뉴시스] 미 대선 민주당 경선 유력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슈퍼 화요일인 3일 버몬트 에식스 정션에서 선거 연설을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20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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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힐은 "샌더스 의원은 지난 2015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잔디밭에서 (대권 도전을)시작했고 민주당을 재편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하면서 불과 6주 전만 해도 잠시나마 경선 선두주자였다"며 "그의 퇴장은 진보적인 지지자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남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일각에선 '반(反) 샌더스'로 결집한 민주당 주류에 씁쓸함을 갖고 있고 그를 대하는 언론이 태도에도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모두 절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젊은층과 서민 유권자들을 민주당에 통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진보운동의 미래에 대한 기대도 남겼다"고 평가했다.

CNN은 "샌더스 의원은 좌절과 소외를 두 가지 비판적인 방법으로 연결했다"며 "첫째 의료보험, 최저임금, 기후변화 등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고, 둘째 진보적인 유권자들의 완벽한 전달자였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구축한 지지층을 토대로 "올해 경선에 진출했을 땐 선두주자 혹은 바이든과 함께 공동선두주자였다. 분명한 기득권 후보였다(성장했었다)"며 "잘 버텼고 선거 기부금과 믿을 수 없는 풀뿌리 조직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샌더스 의원은 미국이 가진 문제에 대한 진보적인 해결책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도 "아직은 샌더스 의원과 같은 사람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논평했다.

NYT 오피니언란에 실린 기고문에는 "안일한 정치 풍토에서 유일하게 경각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던 그의 말은 옳았다"며 "정치에서, 삶에서 옳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그 안에서 위엄이 있었다"는 평가가 담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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