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코로나19]"76일만에 마음 편히 외식했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봉쇄령' 해제 中 우한 현지 주민 인터뷰 사재기하는 모습 여전해...재확산 우려 급증

"두 달 여 만에 마음 편히 외식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봉쇄령'이 해제된 첫날(8일), 76일간 우한에서 갇혀 있었던 천(陳)씨는 이같이 말했다. 한껏 격양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까지 들렸다. 천씨는 현재 우한시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우한 봉쇄가 해제되면서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예전만큼 활기차진 않지만, 적막했던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봉쇄가 해제되자마자 그동안 가장 먹고 싶었던 훠궈(火鍋, 중국식 샤부샤부)를 먹으러 나갔다왔다며 마음 편히 외식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8일 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1시)를 기해 우한의 '빗장'이 열렸다. 지난 1월 23일 오전 10시 봉쇄령이 전격 발령된 지 76일 만이다. 이날 열차와 항공편을 통해 각각 최소 5만5000명, 1만여 명이 우한을 떠났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차량으로 떠난 사람들까지 합치면 이날 하루에만 약 10만명이 우한을 벗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시 정부는 2월 17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거주지별 '봉쇄식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출근이나 생필품 구매 등의 사유를 밝혀야 한다. 전면 중단됐던 우한 시내버스와 지하철은 3월 말 운행을 재개했다. 다만 감염 등을 우려해 아직은 이용객이 적은 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씨는 "외출하려면 일종의 건강확인증인 '그린코드'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서 신분 확인을 일일히 해야 해 다소 번거롭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우한시 주민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교가 휴교령을 끝내고 개학이 시작돼야만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났다고 느껴질 것 같다며 아직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직도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사재기 하는 주민들도 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 탓이다.

우한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완(萬)씨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마트에서 생필품·식료품을 조금씩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76일간 사재기한 습관이 여전히 몸에 배어있는 데다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진 만큼 우한이 또 다시 봉쇄될 수 있지 않겠냐"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완씨처럼 식료품을 제때 구하지 못할까봐 불안한 마음에 생필품을 조금씩 사들이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증도 여전하다. 완씨는 온종일 집에 갇혀 있다면서, 밖에 나가고 싶지만 무서워서 나가질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한 봉쇄 해제는 모든 경보를 해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는 단순히 우한에서의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럴수록 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다수 우한 주민들은 봉쇄령이 해제됐지만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우한 시민인 탕(唐)씨는 "우한 봉쇄 해제 첫날부터 출근할 줄 알았는 데, 회사로부터 일단 이번 주는 지켜보자며 계속 재택근무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회사의 사정도 비슷했다. 현재까지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는 회사도 많았다. 다음 주부터 출근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고 탕씨는 전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계속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9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코로나19의 확진자가 63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무증상 감염자는 56명 늘었다. 현재 의학 관찰을 받는 코로나19 무증상자는 모두 1104명이다. 무증상 감염자는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중국은 코로나19 해외 역유입 압력이 커졌고, 공장 조업 재개와 경제발전 역시 새로운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방역 임무는 느슨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최예지 ruizhi@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