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예배당 예배만 고집해선 안 돼...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절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느 개신교 목사가 교인에게 띄우는 '코로나 편지'

코로나 팬데믹에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호소

일부 교회 예배 강행 속 잔잔한 울림

"위생관리,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웃 사랑 실천"

"예배는 어느 장소든 모든 시간에 가능한 것"

조선일보

나무 십자가./조선일보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섣부른 신앙에 사로잡혀 주일 예배당 예배만을 고집하는 것은 주님의 뜻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 시기에 우리의 예배는 ‘지금, 여기, 내 옆’의 사람들과 함께 드리는 것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광주광역시 한 개척교회 목사가 지난 7일 교인들에게 보낸 원고지 200자 19매 분량 편지의 주요 내용이다. 40대 Y목사로, 대한예수교 장로회(통합) 소속 개신교회 담임목사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치닫고 있어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문하는 가운데, 이에 적극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개신교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교회가 이를 무시하고 주일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Y목사는 지난달 1일부터 예배당 예배를 중단하고 6주째 가정예배로 예배를 대체하고 있다. Y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월 예배당 임대료 60만원이 부담되기는 한다”며 “하지만 월세를 못내는 한이 있더라도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통합) 총회는 최근 교단 소속 전국 미자립 교회에 30만원씩 재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Y목사는 편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종교인들에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했다”며 “그럼에도 일부 개신교회는 지난 5일 주일 예배를 강행했고 이로 인해 개신교 전체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해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할까요?”라고 질문했다. 물론 Y목사는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 예배는 가장 소중한 종교 행위 중 하나다. 어쩌면 이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광주 한 교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는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정부의 지침과 대통령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주일 예배를 강행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하나님을 믿는 이들의 가장 성경적인 행동, 가장 신앙의 양심에 일치하는 행동일까요?”라고 반문했다.

Y 목사는 교인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자신이 내 이웃을 위협할 무기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게 이 바이러스의 무서운 계략”이리며 “나 자신이 바이러스의 전염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나 자신의 철저한 위생관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것이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진정한 이웃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하나님은 예배당에만 계신 분이 아니다”라며 “하나님은 한 공동체 구성원이 다 모여야 거기 임하시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주일에만, 반드시 정해진 예배당에서만, 너네 우리네 나뉜 성도들끼리만 모여 드리는 예배만 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우리의 예배는 모든 시간에 드려야 하고 모든 장소에서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Y목사는 초·중·고 학생들이 실제 학교에 등교하는 날까지 잠정적으로 예배당 예배를 중단할 계획이다. 그는 “정부의 개학일 결정이 코로나 19 진정 단계의 바로미터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홍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