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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BS 과부하` 1시간 넘게 먹통…PC방서 강의 켜둔채 게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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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온라인 개학 ◆

매일경제

9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 개학이 전국 중3, 고3부터 실시됐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컴퓨터를 통해 아침 조회를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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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8시 30분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이 진행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고3 교실. 온라인 개학 첫날 심리학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수업 시작을 알리며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켜 달라고 요청하자 한 학생이 길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이 영상회의 앱 '줌(Zoom)'에 그대로 중계됐다. 선생님은 해당 학생에게 "밖이냐"고 묻고 출석을 진행했다. 이 학생은 수업이 시작하고 난 뒤에야 실내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최성희 서울여고 교감은 "학생이 온라인으로 조회에 참여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정해진 장소는 따로 없다"며 "특히 고3은 출석 전부터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어디선가 공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 학교 3학년 5반 조회 시간에는 김우영 교사(33)가 텅 빈 교실에서 노트북을 앞에 두고 영상으로 원격 조회를 진행했다. 이날 학생 23명 가운데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출석이 확인된 학생은 21명이었다. 나머지 2명은 사전 연락 없이 원격 조회에 접속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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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과 더불어 온라인 개학을 맞은 중3 교실에서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이 나왔다. 이날 서울 마포구 숭문중 3학년 137명 중 5명이 결석했다. 학교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접속 장애, 온라인 수업 사이트 미숙 등으로 5명 정도가 출석 인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일선 학교에서는 제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 적지 않으면서 교사들이 한 명 한 명 전화를 걸어 잠을 깨우거나 접속을 안내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별개로 집이 아닌 외부에서 온라인 개학을 맞은 학생 중 대부분은 학원가에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학이 한 달 넘게 미뤄지면서 일찌감치 사교육을 통해 대입을 준비해왔던 고3이 유독 학원가에서 많이 목격됐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단과학원 강사는 "학원 수업이 원래 저녁에 있는데, 고3 보충 수업을 하기 위해 오전에 출근했다"고 했다. 본래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정부 취지에 따라 가급적 대인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학원으로 등교하고 있었다.

입시 관련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3분 만에 EBS 온라인 클래스 학습 완료하는 법' 등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 '완강'으로 출석하는 법을 공유하는 글이 이어졌다. 자신을 고3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선생님들이 대부분 EBS 인강을 그대로 올렸다. 이럴 거면 그냥 알아서 자습하는 게 낫다"며 "친구들이 다 음소거를 해놓고 자습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학생도 "적당히 EBS 온라인 클래스는 배속으로 재생하고 사설 인강을 보고 있다"고 했다. "구글 클래스룸 틀어놓고 학원 숙제했다" "학원에서 틀어놓고 다른 공부했다"는 반응 등도 나왔다.

학원가 인근 PC방 등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대치동 소재 한 PC방에서 온라인 개학으로 과제를 너무 많이 받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친구들과 대화하던 한 고교생 모니터에는 게임 화면이 떠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도 학교 온라인 수업 영상을 틀어놓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있다는 글과 인증샷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학생들은 EBS 온라인 강의를 편법으로 본 것처럼 하는 방법을 고안해 서로 인터넷상에서 공유하는 모습도 보였다. 디시인사이드 수능갤러리에서 한 이용자가 EBS 온라인 클래스 매크로를 만들었다는 글을 올려 호응을 얻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면 알아서 강의에 접속되고 시간이 끝나면 완강 처리돼 들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한편 온라인 수업 시범 운영 기간부터 우려됐던 온라인 서버 불안정 문제는 개학 첫날부터 여지없이 드러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EBS 온라인클래스 사이트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 15분까지 일부 병목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많은 학교들이 EBS 온라인클래스 학급방을 개설해 출결을 관리하고 학습 자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업을 준비했기 때문에 이날 접속 장애로 상당수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

[고민서 기자 / 신혜림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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