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클릭하다 지쳤다, 6시간 30분만에 성공한 수원 재난소득 신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원시 오전 10시, 경기도 오후 3시 온라인 신청 시작

이용자 몰리면서 대기 시간 허비...'접속불가' 메시지만

1326만 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 지급 신청을 받은 첫날인 9일, 온라인 신청 사이트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먹통이 발생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경기도는 오후 3시 홈페이지(basicincome.gg.go.kr)를 열고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후 내내 접속 지연이나 본인 인증 오류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도민들에게 야간 등을 이용해 신청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재난기본소득 신청에 나선 한 시민의 경험을 들어봤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심모(66)씨는 평소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 업무를 곧잘 처리하고 있다. 이날 심씨는 경기도(10만원)와 수원시(10만원)가 재난기본소득 지급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수원시는 공적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신청자가 폭주할 것에 대비해 5일제를 도입했다. 마침 심씨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4였기 때문에 재난기본소득도 신청이 가능했다. 수원시는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오전 10시부터 신청을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심씨가 ‘수원형 재난기본소득 신청페이지’를 클릭하니 새로운 창이 떴다. 빨간색 굵은 글씨로 ‘5882명이 대기 중입니다’란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기번호 숫자는 실시간으로 줄어들었으나 심씨가 신청 사이트에 들어가는데 30분이 걸렸다. 그러나 접속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깐이었다. 각종 개인정보 제공 동의에 클릭을 하자 ‘휴대전화 본인 인증’이 떴다. 휴대폰 번호를 하나씩 입력하고 ‘확인’을 클릭하자 약 20초간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란 창이 떴다.

조선일보

수원시민 심모씨가 9일 오전 10시쯤 수원시청 홈페이지에 접속한 화면. 대기번호가 5882번이나 됐다. /독자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심씨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수원시청 홈페이지 접속부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약 6000번대 대기번호를 받고 40분 정도 기다렸다. 똑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다시 중간에서 막혔다.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란 창이 또 떴다. 심씨는 직장에 다니는 딸이 맡긴 손자를 챙기고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는 가운데 틈 날 때마다 수원시청 홈페이지를 들여다봤지만 항상 먹통이었다. 결국 나중에 천천히 신청하기로 하고 일단 포기했다.

다시 오후 3시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신청 시간이 다가왔다. ‘홈페이지를 찾아가 접속했더니 수원시와 달리 접속이 수월했다. 신청 방법 설명이나 메뉴도 깔끔하게 잘 정리돼 있었다. 경기도는 사용하는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번호를 입력한 뒤 ‘선택카드 본인확인’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휴대전화 인증과정에서 확인을 눌렀지만 약 30초간 반응이 없었다. 또 갑자기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란 창이 떴다. 심씨는 약 한 시간 넘게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진행했지만 실패가 반복됐다.

조선일보

9일 오후 4시쯤 심씨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만난 화면. 홈페이지가 수시로 먹통이 됐다./독자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심씨는 오후 내내 수원시와 경기도 홈페이지를 오가다 6시간 30분 만인 오후 4시 30분쯤 수원시 재난기본소득 신청에는 간신히 성공했다. 심씨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것을 예상했을텐데 행정당국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준다는 선심을 앞세워 우롱을 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심씨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신청은 나중에 천천히 시도하기로 했다.

[조철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