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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2020년 개학식…"얘들아 들어와" 게시글에 학생들 얼굴이 모니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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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고색고 교사와 학생 화상회의 프로그램 채팅창서 소통

유은혜 부총리 방문…학생들 건의에 "최대한 지원할 것"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고색고등학교를 방문해 온라인 개학 첫날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0.4.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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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유재규 기자 = "지금부터 2020학년도 고색고등학교 온라인 개학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9일 오전 8시 40분 경기 수원시 고색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손에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개학을 알리는 교사가 자리한 곳은 운동장이나 강당, 교실도 아닌 학교 건물 2층 휴게공간 '진진카페'였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학생 없는 개학식이었다.

진진카페 내부에는 온라인 개학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교육청 및 학교 관계자들이 학생들을 대신해 앉아 있었다.

정종욱 교장은 개학식에 앞서 영상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온라인 개학식 참여를 독려했다. 교사들도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다.

정 교장과 교사들은 화면 멈춤은 없는지, 초점은 잘 맞는지, 목소리는 끊겨 들리지 않는지 등 온라인 개학과 수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꼼꼼히 챙겼다. 몇몇 학생을 온라인 대화창으로 불러 내 소통은 잘되는지 등을 챙겼다.

영상 속 한 남학생은 교복까지 차려입은 상태였다. 영상을 통해 이 학생을 본 교육청 관계자 등은 웃음을 자아냈다.

정 교장은 교복 학생에게 "교실에서 (수업)할 때랑 온라인 수업이랑 어떻게 다르냐"고 질문하자 학생은 "선생님을 실제 만나는 게 더 좋은데 아쉽다"고 답했다.

영상 속 또 다른 학생은 집에 함께 있던 어머니를 힐끔힐끔 쳐다보다 불편했는지 이내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온라인 개학식이 정식으로 시작되자 교사들은 채팅방으로 "얘들아 들어와"라는 글을 남겼고 학생들은 영상 속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50여명의 학생들이 화면 속으로 속속 입장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캠을 켜지 않았고, 수업에 입장했음을 알리는 이모티콘 형태의 이미지만이 화면 곳곳을 채웠다.

교사가 캠을 켜두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이를 실천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개학식은 그대로 진행됐고, 교장 훈화도 이어졌다.

온라인 개학 상황 점검을 위해 고색고를 방문한 유은혜 부총리는 학생과 대화를 나누며 온라인 수업에 대한 생각과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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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고색고등학교를 방문해 온라인 개학 첫날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0.4.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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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반 이윤백 학생은 "온라인 상으로도 친구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재밌다. 장비 구매, 앱 설치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9반 박제민 학생은 "선생님들과 댓글을 통해 소통하고 질문하고 그런다. 또 마이크를 통해 피드백도 주신다. 온라인 수업은 원활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반 박상현 학생은 "친구들에게 인사해"라는 유 부총리의 제안에 멋쩍은 웃음과 함께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했다. 교직원과 관계자 모두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담임교사 소개 등을 끝으로 개학식이 마무리됐다. 곧이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같은 공간에서 1교시를 맞은 한국지리 담당 교사는 저작권 관련 주의사항을 안내한 뒤 수업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소통창구로는 '네이버밴드 QR코드'를, 수업자료와 과제 내려받기는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한다고 공지했다.

학생들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구글미트'(Google Meet) 대화창에 '네'라는 글로 대답을 대신했다.

같은 시각 학교 3층에 위치한 과학실에서는 또 다른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과학실 앞에 다다르자 교사의 목소리가 복도 밖으로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는 혼자였다. 학생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빈 책상만이 있었다. 교실 뒤편 조명은 소등한 채 였다.

노트북을 앞에 둔 교사는 "애들아 이해했지?" "지난 시간에 배웠던거 까먹었나?"라며 마이크 장착형 이어폰을 낀 채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응답에는 "옳지" "그래, 그거야"라고 답했다.

교사는 PDF로 된 교과서에 밑줄도 긋고 입자모형의 기구를 들고 학생들에게 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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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고교 3학년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고색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4.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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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온라인 개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고색고는 지난달 30일부터 '구글미트'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개학 후 제기될 문제점을 고쳐왔다.

사전에 '30101 홍길동'식으로 학생들의 계정을 생성한 뒤 배포했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 받은 학생들은 이후 자신만의 비밀번호로 수정해 수업에 참여했다.

유 부총리는 "온라인 개학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새로운 도전"이라며 "우리는 도전을 선택했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가고 교육도 미래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유 부총리에게 '장비를 산다거나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에 어려움이 있는데 해결됐으면 좋겠다' '가정에 설치된 공유기의 와이파이 수신이 약하면 수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 같다' 등 대부분 수업에 필요한 점을 건의했다.

유 부총리는 "쌍방향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는 학교를 통해 지원할 것"이라며 "관계기관과 협의해 장관으로서 더 나은 온라인 환경이 구축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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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고색고등학교를 방문해 온라인 개학 첫날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0.4.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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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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