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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광주형 일자리, 노사협정서 보니...상생접근이 서로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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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한노총 요구 협정서 등 공개

상생협정서는 원칙론만 서술해

통첩시한까지 간극 줄이기 난망

조선일보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9일 노동계가 빠진 가운데 광주글로벌모터스 현장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용섭 시장이 모두 발언을 통해 한노총의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권경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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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31일 광주광역시청 1층에서는 첫 노사상생형(광주형일자리)으로 주목받은 광주시와 현대차간의 자동차조립공장건설에 관한 투자협정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원희 현대차대표이사가 1층에 마련된 단상에서 공개적으로 서명했다. 이날 서명된 투자협약서가 9일 공개되었다.

이 같은 투자협약서가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광주형일자리사업에서 지난 2일 탈퇴를 선언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이 협약서와 광주시노사민정협의회의 노사상생협정서 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투자협약서’를 보면, 지역사회와 공공기관, 다수기업들이 참여하는 독립신설법인을 추진하되, 광주시는 최대출자자로서 다른 투자자를 모집해 신설법인 설립에 필요한 주주구성을 완료하고, 현대차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법인 설립이 완료되도록 협력하기로 돼 있다. 이 협약에 따라 실제로 광주시는 투자자모집을 완료하고, 신설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지난해 9월 23일 설립등기했다.

현대차는 경차급 SUV차종을 신규개발해 신설법인에 생산을 위탁하도록 했다. 신설법인은 약 19만평 부지에 2021년 하반기까지 가동을 목표로 연간생산능력 10만대 규모로 건설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6일 기공식을 가졌다. 현재 광주빛그린산단에서 부지조성을 마치고 골조를 세우고 있다. 계획대로 공장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한노총이 이 투자협약서보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작성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의 공개를 더욱 요구해왔다. 이 협정서에 따르면, 광주시와 협의회는 노사상생문화의 정착과 노사관계의 안정이 이뤄지도록 지원토록 했다.

사용자는 노사신뢰를 기반으로 한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주요 경영정보를 수시로 공개하며 사안에 따라 성실히 협의하는 등 투명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내용응 담고 있다. 한노총은 이와 관련, 신설법인의 설립과정에서 접촉이나 소통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광주시가 노사상생의 원칙을 먼저 어겼다고 주장한다. 반면, 광주시는 한노총의 요구들에 대하여 협정서에 규정된 대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협의회는 일자리 창출모델의 취지와 관련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봉과 근속년수 등을 고려하여 임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임금의 방향과 기준을 마련하고, 신설법인은 준수하도록 했다. 신설법인의 전체 근로자 평균초임연봉은 3500만원(주44시간 근무기준)으로 적시하고, 임금상승의 기준도 명시했다.

한노총은 임원임금을 근로자평균임금의 2배이내 제한을 주장해왔다. 한노총은 신설법인이 임원임금수준을 일방적으로 책정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9일 열린 협의회에서도 이 부분은 개선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신설법인의 대응이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설 법인 상생협의회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목표 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정했다. 연간 7만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유효기간은 5년이라는 우회적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조건은 1일 8시간·주 40시간으로 했다. 이와 함께 주거, 교육, 의료, 문화, 근로 환경 등 관련 6개 분야 공동 복지 프로그램 구축도 포함되었다.

신설법인의 투자규모는 약 7천억원, 설립 자본금은 40%인 2800억원으로 정했다. 광주시 측 590억원(21%), 현대차 530억원(19%), 지역사회·산업계·공공기관·재무적 투자자 등 1680억원(60%) 등 지분율도 정했다. 이후 실제 투자자 모집과정에서 투자금액은 약간의 변화를 보였다.

지난 2일 광주형일자리사업에서 탈퇴를 선언한 한노총 광주지역본부는 그동안 법인 설립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소외되었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며 사업추진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였다. 노사상생경영(한노총은 노동계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임원구성이나 체제 등을 원함), 적정임금, 적정근로시간, 원·하청관계개선의 4대 원칙은 변함이 없다. 이중 노사상생경영과 원·하청관계개선에 관해선, 한노총, 광주시(1대주주), 현대차(2대주주)는 서로 상당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노사민정협의회에서 “협약체결을 파기하고 불참결정을 한 지역노동계가 진정으로 바라는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사업참여주들간의 신뢰부족에 있고, 기본정신인 노사상생과 원·하청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데도 기인한다”고 말했다. 넘어야할 산이 높다는 점을 인정한 발언이기도 하다.

한노총이 공개를 요구했던 협정서 등은 많은 조건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한노총은 이날 협정서 등의 공개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사민정의 주요축인 노동계(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빠진 광주형일자리에 노동계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주주들은 지난 8일 “오는 29일까지 복귀하라”고 최후통첩했다. 이 때까지 양측이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경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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