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준 사람만 있고 받은 사람은 없는… 마스크 16만장 ‘실종사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화물복지재단 “지역 협회에 전달” / 현장선 “수령한 운전자 별로 없어” / 일부 협회, 수령 명부도 없이 배부 / 구매비용·구매량 공개 꺼려 논란

세계일보

“여기저기 생색만 낸 것 같아요. 우리도 그렇고 현장에서 받았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경기 수원시와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에서 화물차 운수업체를 운영하는 김성수(61)씨는 9일 화물복지재단에서 화물차 운전기사들에게 나눠줬다는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 16만장의 행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기사 200여명을 직원으로 둔 그는 “재단 측에서 대대적으로 마스크를 나눠줬다고 홍보했는데 어떤 사람들이 가져갔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회사는 물론 잘 아는 다른 업체들에 물어봐도 받은 사람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화물복지재단이 화물차 운전자의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되도록 배부한 마스크 16만장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화물복지재단은 정부가 유류구매카드 매출액 중 0.2%로 조성한 기금을 바탕으로 화물차 운전자와 가족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담당한다.

앞서 재단은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마스크 16만장을 마련해 전국 시·도 화물협회 등 유관단체에 전달했다”며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 운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영남권에 6만장을 지원했다. 하지만 대구·경북을 비롯해 각지의 화물차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마스크를 받은 사람이 적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엉뚱한 데로 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는 “협회에서 마스크를 준다고 연락이 온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안 주냐고) 항의를 하니 500장을 가져다준 게 전부”라고 했다.

마스크가 주먹구구식으로 배부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화물복지재단은 마스크 전량을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에 넘겨 지역별 화물협회 등에 전달토록 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별 화물협회는 마스크를 별도의 확인 절차나 수령 명부 없이 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크를 받으려면 협회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야 했던 수령 방식도 허점이 있었다. 같은 권역이라도 협회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업체나 기사들은 마스크를 받기 어려웠다. 한 지역협회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 팩스로 공문을 보내 이틀 만에 마스크 전량을 나눠줬다”며 “누가 가져갔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마스크 구매 비용과 지역별 마스크 배부량을 묻는 세계일보 질문에 화물복지재단 측은 “자세한 내용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에 물어보라”며 함구했다. 연합회 역시 “내부 정보여서 알려줄 수 없다”며 답변을 꺼렸다.

일부 운수업체 관계자는 경찰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포항=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