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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수험표 사진과 실물 다른데도… 감독관 10여명 발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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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사병 지난해 대리 수능 뒤늦게 발각 / 선임 대신 부정 응시 확인 / 15년 만에 재발… 신뢰도 큰 타격 / 2020년 초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 인지 / 병사 “거절 못할 상황… 대가 없어” / 전역한 선임병은 경찰서 수사

세계일보

현역 병사가 선임병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리 응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군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2004년 11월 치러진 수능 이후로 15년 만에 대리시험이 또다시 적발되면서 수능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A병사는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시내 한 사립고등학교 수능 고사장에서 당시 선임병(현재 전역) B씨를 대신해 시험을 봤다.

A병사는 지난해 8월 19일 해당 부대로 전입을 왔고 B씨는 지난달 12일 전역했다. 수험표에는 A병사가 아닌 B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감독관의 신분 확인 절차에서 적발되지 않았다. 교사로 구성된 감독관은 수능 시험실당 2명(탐구영역 때는 3명)이고, 교시별로 교체하게 돼 있다. 시험 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한 감독관은 매 교시 다른 고사장에 들어가야 하며, 전체 5교시 중에 최대 4교시까지만 들어가야 한다. 이에 따라 A병사가 시험을 치렀던 고사장에 감독관으로 들어갔던 교직원 10여명 전원이 감독 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로부터 수능 시험 감독 업무를 위임받은 서울시교육청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수능 감독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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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지난 2월 11일 국민신문고의 공익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최초 인지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제보를 넘겨받아 조사를 벌인 뒤 군사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군 관계자는 “공군 모 부대에서 근무하는 병사가 당시 선임병으로부터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리 응시를 부탁받고 부정 응시했다”면서 “국민신문고 민원 신고를 접수한 서울시교육청이 4월 2일 군사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군 측은 “병사의 2020학년도 수능 대리시험 사실이 있다”면서 “현 사안은 군사경찰이 조사하고 있고,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군사경찰은 A 병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대가 수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역한 B씨는 서울시교육청이 전주 완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A병사는 군사경찰 조사에서 대리시험 대가로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A병사는 ‘선임병이 간곡히 부탁하는데, 계속 얼굴을 보고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금품 등은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안다”며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대리시험이 적발된 것은 2004년 11월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 이후로 15년 만이다.

당시 범인들은 특정 과목을 잘하는 ‘선수’가 휴대전화를 숨기고 들어가 정답 번호만큼 휴대전화 숫자를 두드려 바깥의 ‘도우미’ 후배들에게 답을 보내면, 이들이 다른 부정 응시자들에게 답안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지금의 부정행위 방지 체계를 만들었다. 모든 전자기기를 반입 금지하는 한편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샤프 등 필기도구도 고사장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입 공정성을 강화한다면서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모집(수능 위주전형) 비율을 현재 29%에서 40%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승환·박수찬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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