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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주열, 올해 0%대 성장 예상…회사채 매입 가능성 열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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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분기 중 세계적 진정 전제

플러스 성장…1%대는 쉽지 않아”

미 연준식 회사채 매입 “효과 커”

논의 여부엔 “밝히기 적절치 않아”

정부와 물밑 접촉 가능성 시사

금통위 기준금리 0.75% 동결

회사채시장 간접지원 방안도 내


한겨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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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채권시장 불안이 계속될 경우에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한 회사채 매입과 유사한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사태가 세계적으로 2분기 중에 진정이 돼서 하반기에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된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전제로, 국내경제가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하지 않겠나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1%대로 가는 건 쉽지 않다”고 덧붙여 0%대 성장을 염두에 뒀다. 그는 국제 투자은행(IB) 등 상당수 연구기관에서 한국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지만, 기본 시나리오는 임의로 정한 낙관적인 견해가 아니고 경제와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금융·통화정책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면서 정책방향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경제는 소비가 큰 폭 감소하고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는 등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으로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연준은 특수목적기구가 회사채를 매입하면 이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한다. 미 재무부는 신용을 보증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정부의 보증을 통해 기구를 설립하는 게 상당히 효과가 크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은도 정부와 이런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아직은 밝히기가 적절치 않다”고 말해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이어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사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한시 대출해주는 방안을 한은과 정부의 실무자가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특별대출은 한계가 있어, 미 연준처럼 정부와 협의해 신용보강을 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해 정부와 뭍밑 접촉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금통위는 이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회사채 시장을 간접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국채 외에도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저당증권 등을 한은이 유통시장에서 매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해당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회사채를 사들이면 채권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금통위에서 위원 2명(조동철·신인석)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을 포함해 금통위원 4명의 임기는 오는 20일 끝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 구성이 큰폭으로 바뀌더라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도 이날 “지난달 0.5%포인트 인하로 정책 여력이 조금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금리(인하)로 대응할 여력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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