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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목숨 건 전쟁’ 중에 입씨름만 하는 두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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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WHO, 중국 중심…분석도 제대로 못해” 연일 비판

테워드로스 사무총장 “바이러스 정치 쟁점화 말라” 반박

발병 100일…미 ‘책임 떠넘기기’, WHO도 ‘늑장 논란’ 눈살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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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티격태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WHO에 대해 “너무 중국 위주”라고 비판하며 기여금 납부 등 지원을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바이러스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질세라 “WHO가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다시 공격했다.

9일 코로나19 발병 100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 감염자는 15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9만명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결이 필요한 때 ‘세계 리더’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과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WHO의 수장이 설전을 벌인 것이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그들(WHO)은 너무 중국 위주” “우리가 뭘 위해 돈을 내는 건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반박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더 많은 시신을 담는 포대(body bag)를 원한다면 그렇게(지원 보류) 해라.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삼가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손가락질하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마치 불장난 같다”며 “미국과 중국은 이 위험한 적과 함께 싸워야 한다. 국가와 글로벌 차원에서 균열이 생기면 그때 바이러스가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미국의 많은 지지에 감사한다. 미국의 지원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 발언을 두고 “그들(WHO)과 중국의 관계를 본다면, 그가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나는 믿을 수 없다”며 “중국은 4200만달러를 지출하고 우리는 4억5000만달러를 지출한다. 그런데 모든 것은 중국의 방식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또 “‘더 많은 시신 포대’를 말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들이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놨다면 그들이나 우리나 더 잘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남 탓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 선언이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초기 은폐로 사태를 키운 중국에 대해 “코로나19가 더 심각하게 해외로 확산하는 것을 막았다” “발병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식과 대응에 매우 감명받았다”고 두둔해 국제적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WHO 공격을 두고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국내외적 비판여론을 돌리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하는 등 한동안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글로벌개발센터의 선임연구원인 제레미 코닌다크는 “1월 말까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미국에도 충분히 제공되었기 때문에 미국의 대응 실패가 WHO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선 지금은 책임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 단결된 힘을 보여야 할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인 무사 파키 마하마트는 트위터에 “WHO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격은 매우 놀랍다. AU는 WHO와 테워드로스를 지지한다. 지금은 국제사회가 함께 코로나19와 싸워야 할 때이고, 책임을 따질 시간도 나중에 올 것”이라고 썼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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