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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사설] 코로나위기 틈타 글로벌기업 인수 노리는 차이나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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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유럽 투자은행(IB)에는 유럽 기업을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금융회사의 제안이 부쩍 늘어났다. 코로나19 쇼크로 기업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푸싱그룹은 "해외 우량 자산을 인수할 세기의 기회가 왔다"고 지난달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이 그룹은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 지분 55.4%를 300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유럽의 견제와 중국의 자본 유출 단속으로 2018~2019년 크게 위축됐던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가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에너지, 자동차, 인프라스트럭처 등 국가 전략산업을 목표로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중국 정부도 큰 그림 속에서 이런 해외 M&A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브랜드 경쟁력을 한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주요 산업이 적대적 M&A에 취약해졌다"며 회원국들에 해외 M&A에 대한 방어 수단을 강구하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이 이에 따라 전략산업 방어 방안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인데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기업들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보다 큰 그림에서 기간산업을 지키기 위한 틀을 짜야 할 것이다. 또 매일경제와 DB금융투자가 이달 초 코스피 시가총액 50대 기업을 분석한 데 따르면 이들 기업은 2019년 말 현금·현금성 자산이 107조원으로 2018년 말에 비해 4% 늘어났다. 역대 최고 금액이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구조조정, 재고조정 등으로 선제적인 현금 확보에 나선 결과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는 대기업 현금 사정도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의 실력이 차별화된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것이 우선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큰 그림을 그리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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