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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필동정담] 루이싱 커피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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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스타벅스의 대항마'를 꿈꾸며 혜성같이 등장한 중국 토종 커피브랜드 '루이싱 커피'. 파란 사슴 로고에 탕웨이 등 톱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며 무서운 속도로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말 4500개 매장을 돌파하면서 스타벅스(4100개)를 추월했다.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시장에도 입성했다. 루이싱의 돌풍에 위협을 느낀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배달서비스를 도입할 정도였다.

하지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던 루이싱 커피는 회계 부정으로 몰락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부풀린 매출 규모가 22억위안(약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단 하루 만에 주가가 75%나 급락했다.

루이싱 커피는 주문, 결제, 수령을 모두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는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데다 배달까지 해 주목을 끌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매장을 찾아간 국내 스타트업들도 적지 않았다. 이 기업의 추락 원인으로는 누적 적자를 무시한 무리한 점포 확장과 출혈 할인전략 등이 꼽힌다. 첫 거래 무료, 2+1, 5+5 등 공짜쿠폰 남발이 덫이 됐다. 5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소모하며 덩치를 키우다가 결국 회계장부에 손을 댄 것이다.

이번 매출 조작 사건은 중국 유니콘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액의 투자금을 소진하면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몇몇 기업들이 이미 위험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루이싱 커피의 회계 부정은 지난 1월 미국 헤지펀드 '머디 워터스'의 폭로로 드러났다. 기업들의 회계 조작을 추적해 공개하고 공매도로 돈을 버는 이 같은 사냥꾼들이 존재하는 한, 버블은 터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공유경제 대표 기업들도 거품론에 휘말렸다. 기업가치가 1200억달러로 예상됐던 우버는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8일 현재 465억달러까지 떨어졌고, 공유 오피스 위워크는 기업가치가 폭락하면서 기업공개가 무산됐다. 국내 유니콘기업들도 루이싱 커피의 몰락에서 '수익을 못 내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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