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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달의 예술] 코로나를 넘어서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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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예정된 음악회가 코로나19로 취소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최근 자주 받는 메시지다. 우리의 일상을 180도 바꾼 코로나는 음악계도 흔들어 놓고 있다. 매달 서너 번 이상 음악회를 찾던 나의 평범한 일상의 변화는 연주자들과 공연 제작자들의 답답한 심정에 비하면 별거 아닐 것이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크고 작은 공연이 취소되어 연주 무대를 잃은 음악인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렇지만 음악은 이러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의 삶에 늘 함께하며 감동과 아름다움을 주었던 ‘음악’은 이번 사태를 맞아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니는 4월 19일까지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한 달간 온라인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도 이번 시즌의 오페라를 무료로 인터넷으로 제공하며 청중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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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SAC ON SCREEN’에서 공연된 백건우 독주회 포스터.


한국도 마찬가지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SAC ON SCREEN’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수준 높은 공연을 청중들에게 무료로 선사하며, 코로나로 황폐해진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3월 24일에는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가, 3월 25일에는 노부스 콰르텟 공연이 있었다. 노부스 콰르텟의 온라인 콘서트 때는 단원이 관객들과 실시간 채팅까지 하면서 현장감을 살렸다. 4월 4일에는 피아니스트 김태형,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김영욱,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박유신의 무관객 콘서트를 생중계했다. 마스크를 쓰고 리허설을 하면서 열정을 쏟아 준비한 공연에 청중들은 인터넷 조회 수로 뜨겁게 반응하였다. 음악과 연극·무용이 함께하는 SAC On SCREEN은 지금까지 대략 총 15만이 넘는 조회 수와 1만이 넘는 실시간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였다.

또한 3월 28일 세계 피아니스트의 날, 키신·부흐빈더·다닐 프리포토프와 한국의 조성진 등 정상급 피아니스트 9명이 참여한 ‘Stay at Home’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회도 주목된다. 평소에 한 자리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피아니스트들이 함께 펼치는 연주 릴레이는 청중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였다.

“코로나는 나쁘지만 온라인 콘서트는 참 감사합니다”라는 어느 블로거의 말처럼, 지금의 삭막한 삶에 음악은 마음을 위로하고 긴장감을 풀어주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과 연민이 예술 작품을 통해 자극되면서 해방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이론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예술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강렬한 체험이 감정의 정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윤리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번 봄에는 온라인을 통해 들리는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에 마음을 정화해보면 어떨까.

오희숙 서울대 작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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