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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글로벌 포커스] 코로나19 재앙 속에서 자라는 희망의 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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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이 이기적 모습 드러내지만

곧 협력 필요성 절감하게 될 것

중앙일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지난달 칼럼에서 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올 국제사회의 변화를 예측해 봤다. 체감상 4주가 아니라 1년은 흐른 것 같은데, 이번 칼럼에서 다시 한번 지구촌 변화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얘기하려 한다.

첫째, 국가 간 협력보다 국수주의적 경향의 증가. 세계적 위기에 대한 국제적 리더십 부족은 10여 년 전 세계 금융위기 때와 대조된다.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에 맞서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창설해 각국이 통화절하나 보호무역주의 등 세계 경제 위기를 악화시키는 조치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와는 달리 현재 미국과 유럽은 마스크 조달 경쟁을 벌이고, 일본과 한국은 여행 제한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 국가 간에 이타적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전염병이 일으킨 갑작스러운 혼란에 대해 반성하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즘과 국가주의가 강세를 보인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각 국의 전문가들이 국제적인 협력을 호소하고 있고, 이번 위기에 정치인들보다도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가장 신뢰할 만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메르스 사태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훌륭하게 대응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은 현재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다음 위기에 한층 나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미·중 갈등 심화. 지난 한 달간 미국과 중국 간의 이념적 갈등 양상이 악화했다. 중국은 의료 기구 지원과 독재 체제의 우월성 과시를 통해 국제적인 정치 선전을 벌이는 데 집중했고, 이런 선전이 세르비아나 스페인 등 상황이 절박한 여러 국가에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중국 우한의 실제 사망자 수 은폐에 분노하는 인도와 영국·일본 등지에서는 역효과를 낳았다. 미국은 중국이 양국 사이에 있는 이른바 ‘회색지대’ 국가 공략, 이념 전쟁, 약소국을 겨냥한 경제적 유인 등의 전략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하려 한다는 의심을 확신으로 굳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국영방송 매체는 미군이 고의로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퍼뜨리며 시진핑 정부의 음험한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는 이에 맞서며 중국과의 이념 전쟁에 몰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중국의 정치선전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협력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의 이성적인 전문가들이 국제적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다.

셋째, 집권당의 위기. 다음 주에 실시되는 한국 총선은 코로나19가 국내 정치에 미치는 여파를 보여주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효과적인 대처와 보수 정당들의 혼란 및 내분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운이 따르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의 실업률은 역대 최고로 치솟았고 11월 대선 전에 떨어지기 어렵다.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오름세이지만 1979년 이란 인질 사태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얻은 지지율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당시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다. 미국에서 선거 결과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실업률과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실물 경기인데, 이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확률은 낮다.

코로나19는 엄청난 재앙이다. 공포와 고통이 세계를 뒤덮고 있지만 한편에선 미래의 희망이 싹트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열두 차례의 경제 침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중은 여전히 세계를 이끄는 현명한 지도자를 원한다. 미국은 이 사태를 통해 민주주의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영역에서는 중국과의 공조도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바이러스 퇴치 이후의 변화무쌍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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